최근 배럴당 85달러를 넘어서며 고공행진하던 국제유가가 급반전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5월물은 전날보다 1.79달러(2.15%) 하락한 배럴당 81.4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3일간 WTI는 5.3%나 하락했다.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6월물도 전날보다 1.76달러(2.05%) 내린 배럴당 84.23달러를 기록, 이틀 동안 3.14%나 떨어졌다.

이처럼 잘 나가던 국제유가가 급격하게 고꾸라진 원인은 3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골드만 삭스를 사기 혐의로 기소한 점이다. 골드만 삭스 악재는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유가 하락을 이끌었다. 또 골드만은 상품선물의 최대 투자기관 중 하나로,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향후 상품선물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둘째, 아이슬란드의 화산 폭발 여파로 북부 유럽의 항공기 운항이 닷새째 중단된 점도 원유수요 위축에 대한 우려를 자극했다. 이번 폭발 사고가 5일째 지속되면서 결항된 비행기는 8만10000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원자재정보업체 코리아PDS 민재영 물가분석팀 연구원은 “시장 애널리스트들은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인해 항공유 수요가 적어도 전 세계 소비량의 1/5 가량인 100만 b/d가 줄어들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리서치 회사 JBC에너지는 전 세계 항공유 수요를 대략 500만 b/d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번 피해 규모는 전 세계 수요의 약 20%가량을 차지할 만큼 크다고 분석했다.

셋째, 미국의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점도 유가를 끌어 내렸다. 유럽의 화산재 영향으로 인한 경제성장 회복 둔화와 그리스 부채 문제 지속, 미국의 경제성장 호조 발표 등으로 19일(현지시간) 유로화 대비 미 달러화는 장중 한때 1.342달러까지 하락했다.

민재영 연구원은 “골드만 삭스와 화산 폭발 이슈는 당분간 유가의 하락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특히 항공유 수요 감소는 유가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 연구원은 이어 “하지만 유가 상승이라는 장기적인 추세는 바꾸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화산 폭발로 항공 대체 운송수단인 선박, 자동차 등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경기회복으로 유가 수요가 공급보다 많기 때문에 80달러 전후에서 왔다갔다 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