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임원승진 李부장‥비결은 'EMBA' 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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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ㆍ카이스트 등 경력 5~10년 이상 직장인 대상
이동주 기업은행 부행장은 2008년 부장에서 한 단계 건너뛰어 바로 부행장으로 발탁됐다. 당시 금융가에선 본부장을 거치지 않은 그의 임원 직행이 화제가 됐다. 이 부행장의 고속승진 비결은 여러 가지지만 그 중 하나가'EMBA(Executive MBA)'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 부행장은 "2006년 KAIST EMBA 3기로 입학해 2008년 졸업했는데 경영 전반에 대한 2년간의 공부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EMBA가 기업임원 승진 지름길로 주목받고 있다. 실무 경력 5~10년 이상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EMBA는 2003년 고려대가 처음 개설한 이후 KAIST,서강대가 뒤를 이었다. 기업 수요가 증가하자 서울대와 성균관대가 지난해 경쟁대열에 뛰어들었다. MBA가 직장인들의 경력 · 연봉 업그레이드를 위한 교육과정으로 각광받는 데 이어 최고경영자를 꿈꾸는 기업체 중간관리자를 겨냥한 EMBA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EMBA가 급부상한 이유는 이 과정을 마친 졸업자들의 임원 승진결과가 눈에 띄게 좋게 나타난 때문이다. KAIST가 EMBA 과정을 시작한 2004년부터 올해까지 졸업자 137명의 현황을 분석한 데 따르면 이들 중 20%(27명)가 졸업 후 4년 안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부장에서 임원 승진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2년2개월로 짧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일반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평균 5년4개월의 절반 수준이다. 이 부행장을 비롯 강신호 CJ제일제당 부사장(04학번),고재호 대우조선해양 부사장(05학번),허용수 GS 전무(05학번) 등이 KAIST EMBA의 대표적인 인사라면 고려대에선 윤선노 E1 이사와 심묘순 한국닛산 이사,최두희 한솔건설 상무가 EMBA 출신이다.
EMBA는 임원 승진을 앞두고 있는 중견간부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최적 의사결정 능력'을 2년 동안 무장시켜 준다. 리더십과 협상론 등으로 구성된 교과 과정 수준은 일반 MBA 과정보다 한 단계 높다. 다양한 현장 프로젝트를 수행,실무능력을 갖추도록 요구하는 것도 특징이다. KAIST의 경우 1년차에 마케팅관리,회계 및 재무제표분석,경영의사결정 등을 배운 뒤 2년차에는 경영전략 및 정책,기업의 사회책임경영,혁신경영과 기업가정신 등 일반 MBA 과정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강의를 듣는다.
#졸업자 20% 임원 승진…입학생 최근 3~4배 늘어
이 밖에 매년 여름학기마다 해외현장연구 프로젝트를 실시하는 등 현장 실무능력을 갖추도록 요구하는 것도 특징이다. 지난해의 경우 1학년은 미국 뉴욕을 방문해 컬럼비아대 비즈니스스쿨 및 뉴욕 연방준비은행,IBM 본사,다국적 제약회사인 노바티스 뉴욕 지사 등에서 최신 경영전략을 배웠다. 2학년은 스페인 IE비즈니스스쿨 및 세계 최대 의류회사인 자라 등 기업에서 마케팅 전략을 배우고 돌아왔다. 이창양 KAIST EMBA 책임교수는 "2년 동안 이런 과정으로 무장한 간부들은 중용될 수밖에 없다"며 "1년 학비가 7200만원으로 비싼데도 EMBA에 들어오는 기업간부들이 최근 3~4배 늘었다"고 말했다.
EMBA는 다양한 경제 인맥을 구축하는 기회도 제공한다. 서울대 EMBA에는 현재 김선규 현대도시개발 부회장을 비롯 이풍연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상무,박중석 포스코 부장 등 산업계 주요 인물들이 재학 중이다.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 EMBA 과정에 재학 중인 호주 변호사 출신의 박세레나씨(린데코리아 마케팅 부장)는 "EMBA를 통해 능력 있는 학생,교수들과 다양한 지식 및 동향을 교환할 수 있다"며 "기존 커리어에서 부족했던 관리자급 비즈니스 능력과 다양한 분야의 노출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대학은 특색 있는 커리큘럼을 구성,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SKK GSB는 미국 인디애나대 켈리 스쿨과 공동으로 EMBA를 개설,졸업생들이 두 학교의 학위를 동시에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대는 국내 주요 기업의 인사 분야 임원 20명으로 구성된 MBA 자문위원단을 구성,기업이 요구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있다. KAIST는 학생들이 수업을 평가하고 의견을 내도록 한 뒤 수업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고려대는 한 과목을 2주에 끝마치는 모듈제 수업방식을 채택해 선택과 집중효과를 높이고 있다.
EMBA뿐 아니라 주요 대학들이 개설한 일반 MBA 과정도 '연봉 상승의 황금사다리'로 통하며 직장인들의 학습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에 입학한 주요 대학 MBA 신입생 가운데 직업 경력이 있는 학생은 603명으로 전체 입학생(635명)의 95%를 차지하며 전년도 하반기(91%)에 비해 높아졌다. 특히 직장에서 파견된 인원이 247명으로 전체 입학생 가운데 39%를 차지해 전년도(27.2%)보다 크게 증가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