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집값 하락으로 시세와 큰 차이 없어
시범지구 고양ㆍ하남 분양가, 시세의 80~90%선

정부가 이달 말 사전예약이 예정된 2차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 책정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수도권 집값 하락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해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가 강남권을 제외하고는 주변 시세의 80~9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반면 땅값의 근간이 되는 토지 보상가는 여전히 만만치 않은 수준이어서 앞으로 나올 수도권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시범지구 분양가, 시세의 80~90%선 = 12일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사전예약을 받은 시범지구의 분양가가 강남 지역에선 주변 시세의 50% 이하인 반면 수도권은 이미 80~9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원흥지구의 경우 추정 분양가는 3.3㎡당 850만원 선이다.

이는 삼송ㆍ행신ㆍ화정동 등 주변의 3.3㎡당 평균 아파트 시세가 전용면적 59㎡형 860만원, 74㎡형 950만원, 84㎡형이 1천5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주변 시세의 82~94%에 달하는 것이다.

고양원흥지구 일대는 고양 덕이, 식사지구와 서울 은평뉴타운 등 새 아파트 공급이 잇따르면서 보금자리주택 지구지정 이후 아파트값이 약세를 보이며 보금자리주택 분양가와 시세의 격차가 줄고 있다.

하남 미사지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사전예약 당시 제시한 미사지구의 3.3㎡당 분양가는 전용 51~59㎡는 930만원, 74~84㎡는 970만원 선이다.

그러나 덕풍ㆍ풍산ㆍ신장동 등 주변 지역의 아파트 시세는 평균 1천66만원으로, 분양가가 시세 평균가 대비 87~91%에 달한다.

이는 수도권 보금자리주택이 주변 시세의 70% 이하로 공급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는 동떨어진 것이다.

정부는 그린벨트를 해제해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이 주변시세의 50~70%에 공급돼 투기세력이 유입될 수 있다는 이유로 당첨자에게 5년간 거주를 의무화하고, 분양가가 주변시세의 70% 미만이면 10년, 70% 이상이면 7년간 전매를 제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강남권 시범지구인 강남 세곡지구와 서초 우면지구의 분양가는 주변 시세의 50% 선이거나 이보다 밑돌아 다른 지역과의 시세차이가 현격히 벌어진다.

두 지구의 분양가는 전용면적에 따라 3.3㎡당 1천30만~1천150만원선이다.

주변 시세를 보면 강남 세곡ㆍ수서ㆍ일원동 일대가 3.3㎡당 2천300만~2천800만원, 서초 양재ㆍ우면동은 현재 2천만~2천300만원이어서 시세 대비 분양가 비율이 40~55% 수준이다.

◇2차 보금자리 분양가 산정 '딜레마' = 국토부는 이런 배경 때문에 이달 말 사전예약에 들어가는 2차 보금자리주택지구 6곳 가운데 강남지구 2곳을 제외한 수도권 4곳의 분양가를 책정하는 데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강남권(세곡2, 내곡)에선 `반값아파트' 공급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도권에선 시세의 70%는커녕, 일부 단지의 경우 정부가 '마지노선'으로 공언한 85% 수준의 공급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2차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는 수도권의 경우 지난해 지구지정 당시 700만~900만원선으로 추정됐었다.

특히 강남권 이외의 지역에선 2차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 이후 주변 시세가 하락하고 있어 분양가 산정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부천 옥길지구의 경우 전용 84㎡ 이하 주변 시세(인근 범박동, 계수동, 소사본동, 괴안동 등)는 3.3㎡당 817만~936만원 선으로 지구지정 고시 당시인 지난해 12월 초의 821만~946만원에 비해 하락했다.

옥길지구의 분양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만약 800만원 초중반대에 책정되면 시세의 85%를 넘어설 수도 있다.

시흥 은계지구 인근도 사정은 비슷하다.

은계동, 계수동, 대야동의 아파트 시세는 지난해 12월 초 3.3㎡당 663만~866만원이었으나 현재 660만~850만원 선으로 떨어졌다.

남양주 진건지구 일대 진건읍 지금동, 도농동 일원의 평균 시세도 현재 800만~900만원에 불과해 분양가가 800만원대에 책정된다면 시세와 큰 차이가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앞으로 보금자리주택도 일부 서울, 강남권 주변을 제외하고는 시세차익이 큰 '대박 아파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직할시공제 도입, 민영 아파트 공급 등으로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를 최대한 낮출 계획이지만 토지 보상비가 만만치 않아 애로를 겪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은 입주 예정시기가 보상 착수 전인 사전예약 시점에 제시되기 때문에 입주일자를 맞추기 위해서는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가격 협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입지여건이 좋아 주변 아파트값이 비싼 곳은 점점 줄어들고, 수도권 아파트값 하락까지 이어져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30% 이상 싸게 책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정부가 약속한 최하 85% 선까지 맞추기 위해 사업시행자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