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던 최고 여배우의 자살 사건 여파가 채 가시기 전에 또 다른 스타이자 그녀의 남동생이 자살을 했다. 이렇게 유명인들의 자살은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다. '베르테르 효과'라고 잘 알려진 것처럼 유명하거나 영향력이 큰 사람의 자살은 그 파장이 크다.

"저렇게 대단한 사람도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나 따위야…"라는 감상적인 마음이 확산되고,죽음에 대한 동조,공감,모방으로 많은 사람이 자살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의 자살 이후에 자살 시도자가 늘어났었다. 죽음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더라도 유명인의 자살은 평소 정신건강이 불안한 사람에게는 우울 등 정서적 고통을 유발시킨다. 정신과 외래 진료실에 있다보면 이런 유명인의 자살 사건 이후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을 위로하는 것이 적잖은 부담이 된다.

자살 사건이 있을 때 가장 충격과 피해를 받는 사람은 고인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이다. 내가 잘 알고 있는 누군가,아니면 나의 친한 친구가,친척이,가족이 자살했다는 것은 그저 매스컴을 통해서 알고 있는 사람이 죽었다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충격으로 다가온다.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2008년 1만285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루에 35명 이상,40분 간격으로 세상을 등지고 있는 셈이다.

어제까지 함께 밥 먹고 웃고 떠들던 내 자녀,부모,친구,배우자가 자살했다는 충격은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심리적인 외상(外傷,trauma)이 된다. 이럴 때에는 충격,분노,아쉬움과 같은 강한 감정을 잘 처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혼란을 겪게 되고,그 감정을 지나치게 억제할 경우 또 다른 불행을 잉태하기도 한다. 고 최진영씨의 극단적 선택도 누나의 갑작스런 자살로 입은 심리적 외상을 잘 치료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나이가 어릴수록,친분이 두터울수록 형제자매를 포함한 주변인의 자살로 인해 받는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자살로 형제자매를 잃은 소아나 청소년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나 애도반응,우울,불안 같은 정서적인 문제 때문에 고통을 심하게 받는다고 한다. 부모가 자살한 것은 더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불안,분노,수치심을 심하게 겪고 결국은 자살하는 경향도 높아진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자살하면 그 여파가 온 가족에 미치고 그로 인해서 또 누군가가 자살해버리는 끔찍한 일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자살로까지는 연결되지 않더라도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몇 년 전 가톨릭대 의대 연구진이 우리나라에서 자살한 사람의 가족 1만여명의 건강보험 진료비 청구를 1년간 조사한 결과 자살 사건의 유가족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기분장애는 약 3.5배 이상,신경증적 스트레스와 연관된 신체형 장애가 2배 이상 증가했다.

보통 외상 사건을 겪은 사람들 중에 10% 정도는 아주 극심한 정신적 공황상태로까지 빠져든다고 한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고통을 견디어 나간다. 어떤 사람은 이런 끔찍한 일을 겪고 나서 오히려 더 훌륭한 사람이 되고,더 성숙해지고,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고,더 깊은 경험을 하고,더 열리며, 더 조화로워질 수 있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되려면 자살자의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런 외상적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도 자신들이 항상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힘들면 즉시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자신이 해내려고 하는 것이 강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빨리 찾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살은 분명한 살인이다. 자신을 죽이는 행위다. 게다가 분명한 것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자기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가족,친구,친척,동료들을 죽이는 행위다. 정말 죽고 싶은 용기가 있다면 그 용기를 모아 다시 한번 고난을 겪고 살아나가는 데 써보자.

채정호 교수 < 서울성모병원 정신과 >

●우울증 환자를 돕는 6가지 방법

1. 구체적인 위로
"기운내" 보다는 "나는 네편"이 적합.

2. 잘 들어 준다
이러쿵 저러쿵 참견말고 충실히 들어 줘라.

3. 함께 움직인다
함께 식사하고 운동하며 외로움을 덜어준다.

4. 치료받게 한다
불면증ㆍ두통ㆍ소화불량을 치료받게 한다.

5. 스트레스 경감
빡빡한 일정등 스트레스 원인을 솎아내 준다.

6. 술 권하지 말라
자살 충동이 음주를 통해 실행되지 않도록 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