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초고속 인터넷망을 대폭 확충해 전화,방송을 뛰어넘는 '지배적 통신수단'으로 키우겠다고 나섰다. FCC가 16일 의회에 제출할 브로드밴드 10개년 계획에는 인터넷망 확충 보조금 지급, 방송사의 미사용 주파수 경매를 통한 이동통신 활용 촉진, 인터넷과 케이블 서비스에 접속하는 보편적 셋톱박스 개발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인프라 확충을 넘어 새로운 IT 흐름을 주도(主導)하겠다는 의지라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계획은 미 전역에 초고속인터넷망을 구축하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야심에서 나왔다. 지난달 줄리어스 제나코프스키 FCC 위원장은 2020년까지 1억 가구의 인터넷 평균속도를 지금보다 10배 빠른 100메가비트(Mbps)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보다 넓고, 더 빠른 인터넷이 일자리도 만들고, 경제성장을 촉진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사실 미국의 초고속 인터넷망 보급률은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뒤떨어지고, 속도도 느리다. 스마트폰 확산으로 폭증하고 있는 트래픽과 주파수 부족도 해결해야 한다. 미국이 예산문제나 방송사 및 기존 통신사와의 이해관계 등을 극복하고 이런 한계를 해결한다면 그 폭발력은 상당할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은 IT응용이나 서비스 개발에서 뛰어나다. IBM MS에 이어 구글 애플 등이 IT 흐름을 주도하고 있고,무선 인터넷망 개방도 무섭게 진행되고 있다. 정책도 혁신적이다. 3세대(3G) 망에서 인터넷전화도 허용했다. 한마디로 '오픈 디바이스, 오픈 애플리케이션'이라는 망 개방과 중립성이 원칙이고, 이게 미국 IT혁신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는 보급률, 속도 등에서 미국보다 앞서 있음에도 IT 응용이나 서비스에서는 뒤처지고 있다. 망이 폐쇄적이고,제대로 활용되지 못해 왔다는 방증이다. 이런 수준으로는 모바일 등 제2의 IT 혁명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망 고도화와 함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특단의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