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의 토털 뷰티숍(머리 손질과 화장 등 종합적인 미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라뷰티코아'는 이 지역에서도 비싼 축에 들어가는 매장이다. 머리만 잘라도 기본 10만원에 최고 38만원에 이르지만 몰려드는 손님을 다 소화하지 못해 2002년 청담본점을 연 후 1년 만인 2003년 도산공원점을 새로 열었다. 현재 서초 분당 등 전국에 9곳의 지점이 성업 중이다. 이 미용실에는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 금메달리스트 김연아 선수가 자주 들른다.

현태 대표(38)는 창업 초부터 '고객이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는 느낌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현 대표는 "강남 사람들은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기꺼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도입한 것이 고객의 시간을 관리해주는 미용실이라는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이곳 종업원들은 모두 손목에 특수 시계를 차고 있다. 어떤 손님이든 자리에 설치된 버튼을 누르면 모든 종업원들의 시계가 일제히 울린다. 시계에 어느 자리의 손님이 찾고 있는지 표시되는 것은 물론이다. 현 대표는 "파마나 화장을 할 때 서너 시간씩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는 손님들도 빠른 서비스를 받으면서 시간을 절약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을 둔 것"이라며 "스피드는 늘 바쁜 손님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우리 미용실의 모토"라고 말했다.

기자가 찾아간 지난 6일 이 미용실을 들른 20대 후반의 K씨는 "버튼을 누르자마자 곧바로 종업원이 뛰어오는 것을 보면서 '여기에선 내가 이렇게 중요한 사람이구나'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 같은 영업 전략은 강남 사람들의 생활 패턴 변화를 제대로 읽어낸 것이라는 평가다. 소비 성향을 조사하는 리서치기관인 퍼스트뷰코리아의 이정현 팀장은 "요즘 강남 사람들은 예전처럼 쇼핑이나 치장보다는 가족과의 식사나 문화 공연 관람에 더 시간을 쏟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며 "미용실뿐 아니라 명품 매장의 경우에도 넓은 백화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취향에 맞는 브랜드 제품을 집중시켜 놓은 편집매장이 각광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 대표는 고객들의 시간 관리뿐 아니라 매장 설계까지 남다르게 고안했다. 고객에게 특별한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영업 전략의 또 다른 예다. 청담본점의 구조는 고객이 2층에서 머리 손질이나 화장을 하고난 뒤 계단을 내려오게끔 돼 있다.

고객은 계단을 밟으면서 1층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는 다른 손님들을 굽어보며 성장(盛粧)을 마친 배우의 느낌을 갖는다고 한다. 현 대표는 "손님들이 그 계단을 내려올 때 기분이 좋아진다는 말씀들을 많이 한다"며 "그 잠깐의 짜릿함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우리 매장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현 대표가 뷰티숍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고객들에게 단순히 미용뿐 아니라 낭만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고객들이 아름답게 변화하고 싶다는 욕구를 해소함과 동시에 '내가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음으로써 스트레스를 풀고 기분전환을 할 수 있다면 뷰티숍으로서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대체 경쟁이 어느 정도이기에 이런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일까. 현 대표는 "청담동에만 크고 작은 미용실이 500여개가 있지만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한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많은 유명한 디자이너를 스카우트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개업을 하지만 경쟁이 너무 치열해 임대료와 직원 급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쟁이 과열되면 디자이너들의 연봉이 평균 5000만원에서 1억원 이상으로 갑자기 뛸 때도 있다"며 "매출에서 디자이너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스카우트 과정에서 무리한 인센티브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현 대표는 무리한 스카우트 경쟁을 자제하기 위해 직접 디자이너를 양성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 미용실의 전문가 양성 과정은 총 4년4개월 동안 130가지의 프로그램을 거쳐야 정식 디자이너로 데뷔할 수 있을 정도로 빡빡하게 구성돼 있다"며 "여기서 정식 디자이너가 되면 다른 곳에 가서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2~3명 모집에 100명이 넘게 지원할 정도로 경쟁률이 높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