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출동해보니 젖병에 담긴 분유 썩어있어

인터넷 게임에 빠져 생후 3개월된 딸을 집에 방치해 굶어 죽게 한 비정한 부부가 도주 5개월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남편 김모(41.무직)씨가 16살 어린 아내(25)를 만나게 된 건 2008년 8월.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아내와 동거하기로 마음먹은 김씨는 장인.장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처갓집에서 신혼살림을 차렸다.

특별한 직업없이 건설현장에 노동을 하며 찜질방을 전전해오던 김씨는 아내 역시 직업이 없던 터라 자연스레 처가에 살림을 차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6월 2일 딸을 낳았고 같은 달 25일 혼인신고를 해 정식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2.25㎏의 미숙아로 태어난 딸은 한달간 병원 인큐베이터에서 의료진의 보살핌을 받아야 했다.

돈벌이 없이 처가에 얹혀살던 김씨는 장인.장모가 갓난 딸을 보살펴줘 근근이 양육할 수 있었지만 처가 부모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는 장인.장모도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김씨 부부의 고민은 깊어갔다.

미숙아로 태어나 딸의 발육상태마저 좋지 않자 괴로움은 커져 갔고 이런 부담 때문인지 부부는 편히 쉴 수 있는 PC방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마음편히 게임을 즐기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PC방에서 인터넷 게임에 빠지면서 자연스레 양육에 소홀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전했다.

처가 부모에게 눈치가 보이자 김씨는 결국 지난해 9월 초 수원시 세류동에 지하 월세 방을 얻어 아내와 딸을 데리고 분가했다.

월세 20만원은 처가 부모들이 댔고 부엌이 딸린 7평 남짓한 단칸방이었다.

분가를 하고서 김씨 부부는 집 근처에 있는 PC방을 찾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이미 습관이 돼 버린 인터넷 게임에 다시 빠져들었다.

하루 평균 4~6시간씩 PC방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장시간 게임을 즐기면서 생후 3개월 된 딸에 대한 관심은 점점 멀어졌다.

김씨 부부는 지난해 9월 24일에도 여느 때처럼 PC방에서 밤새 게임을 하다 다음날 아침에 집에 들어왔고 죽어 있는 딸을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딸이 지나치게 마른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한 경찰은 2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결과 '장기간 영양결핍으로 인한 기아사'라는 소견이 나왔지만 신고당시 김씨 부부가 혐의를 부인했다"며 "갓난 딸을 방치해 굶어 죽게 한 심증은 가지만 증거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 부부는 경찰로부터 시신을 인계받은 26일 딸을 화장한 뒤 그날 밤 경찰의 추적을 피해 도주, 양주시의 처가 등에 숨어 지내다 5개월여 만에 검거됐다.

경찰은 딸이 숨지기 직전 12시간씩 인터넷 게임을 즐기는 등 게임중독에 빠져 어린 딸에게 하루 한 번만 분유를 주고 방치해왔다고 말했다.

수원서부경찰서는 2일 인터넷 게임에 빠져 신생아 딸을 방치해 굶어 죽게 한 혐의(유기치사)로 김모(41)씨 부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돈벌이가 없어 생활이 어려웠던 부부가 딸의 발육상태마저 좋지 않자 괴로워하다 아이에 대한 관심이 점점 멀어진 것 같다"며 "신고를 받고 집에 출동했을 때 젖병에 담겨 있던 분유는 썩어 있었다"고 말했다.

(수원연합뉴스) 이우성 고은지 기자 gaonnuri@yna.co.kr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