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가족 챙기랴..연인 챙기랴"
유통업계.외식업체 "밸런타인데이 특수 놓칠라"

"사랑하는 연인이냐, 가족이냐?"
설과 밸런타인데이가 겹친 오는 14일을 맞이하는 젊은층과 업계의 움직임이 흥미롭다.

'국적도, 정체도 알 수 없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밸런타인데이를 기념하는 것이 보편화된 지난 1980년대 이후 2월 14일에 설이 걸린 것은 이번이 처음.
젊은이들은 설과 밸런타인(발렌타인)을 합한 `설렌타인'이라는 신조어를 퍼뜨리며 가족, 연인과 정을 나눌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성친구를 구하지 못한 `솔로'들은 "외로운 밸런타인데이를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게 됐다"는 씁쓸한 우스개 소리도 들린다.

경기 안양에 사는 직장인 한갑산(30)씨는 "밸런타인데이도 좋지만 설은 일단 가족이 우선"이라며 "여자친구와는 설 전날 만나 오붓한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에 친정이 있는 박모(29.여)씨는 "이번 설은 짧은데다 밸런타인데이까지 겹쳐 지난주 시댁에 다녀왔다"며 "설날 아침은 부모님과 함께 보내고 저녁엔 남편과 데이트를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외식업체는 젊은 연인들이 각자 가족과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예년보다 밸런타인데이 손님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아침에는 가족과 함께 차례음식을 먹고, 저녁에는 연인 또는 배우자와 시간을 보내려는 `실속파'들을 붙잡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들은 일찌감치 `설에도 정상영업한다'는 안내문을 내붙였고, 명절이면 문을 닫았던 일부 대형 음식점도 올해는 쉬지 않기로 결정하는 곳이 늘고있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관계자는 "보통 설 당일은 매출이 높지 않기 때문에 올해도 따로 이벤트를 준비하지는 않았다"며 "다만 밸런타인데이와 겹치기 때문에 연인들이 많이 찾는 매장은 2인석 테이블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통업체는 연초 특수를 노릴 수 있는 두 대목이 겹쳐 탐탁지않다는 반응이다.

업계는 설 선물 판매에 주력하면서 초콜릿 등 상품 판촉과 이벤트를 통해 밸런타인데이 특수가 명절에 눌리는 것을 막으려 고심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수도권 14개점에서는 초콜릿 5만원 이상 구매고객에게 영화 관람권, 스키 리프트권, 초콜릿 선물세트 등 상품을 추첨을 통해 증정한다.

부산의 대형마트인 메가마트 남천점은 예년에 밸런타인데이 특판장을 차렸던 메인 행사장에서 설 선물 특판행사를 벌이는 대신 뒤쪽 이벤트 행사장에 밸런타인데이 상품을 진열했다.

메가마트는 설 선물을 초콜릿으로 구매하도록 유도하려고 백련초나 복분자 등을 원료로 한 성인을 위한 건강초콜릿 코너도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직장동료, 연인끼리 주고받는 초콜릿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가족을 겨냥한 초콜릿 명절 선물세트를 내놓았으며 입점 매장들은 커플티, 커플링, 넥타이 등 밸런타인데이 선물 판촉행사를 벌이고 있다.

광주 신세계백화점 박인철 홍보과장은 "설과 겹치지만 밸런타인데이에 젊은층 끼리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가 정착했기 때문에 관련 수요도 놓치지 않으려고 판촉전략을 짰다"며 "대형 초콜릿 분수대 설치, 커플 이벤트 등을 구상하고 예년보다 규모는 줄었지만 전용 판매대도 차려 밸런타인 특수를 잡겠다"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sangwon7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