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언제 들어온대?"

스페인 패스트패션 '자라'가 국내에 첫 매장을 연 2008년부터 20~30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선 스웨덴 'H&M(Hennes&Mauritz)'의 진출 시기가 큰 관심사였다. 지난해 서울 명동에 들어선 복합쇼핑센터 눈스퀘어에 H&M의 7월 입점 예정 현수막이 걸렸다. 하지만 6개월이 넘도록 임대료만 물면서 매장을 비워 두었다. 오는 27일 H&M의 한국 1호점 오픈을 앞두고 왜 여성들이 H&M에 열광하는지 스웨덴 스톡홀름 본사를 찾아가 성공 비결을 알아봤다.

◆루이비통 다음 가는 브랜드 파워

국내 여성들이 해외 여행을 갔을 때 필수 쇼핑 품목인 H&M은 1947년 스웨덴 베스테로스 작은 여성복 매장(Hennes)에서 출발했다. 35개국 2000여개 매장에서 지난해 18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세계 최대 패션 브랜드다. 매년 200개 이상 매장을 열면서 10~15%씩 성장하고 있다. H&M의 브랜드 파워는 전 세계 브랜드 가운데 21위,패션 브랜드로는 루이비통에 이어 2위다.

칼 요한 페르손 H&M 회장(사진)은 "H&M은 제조사가 아닌 유통기획사"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 매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동유럽 인도네시아 등지의 2500여개 협력업체 공장에서 생산된다. 자체 공장을 두고 고객 수요에 맞춰 '반응 생산'하는 자라와 달리 H&M은 자체 공장이 단 한곳도 없다. 효율적인 디자인 · 기획을 통해 중간 유통 단계를 줄이고,비용을 절감해 고품질의 저렴한 제품을 내놓는 것이다.

◆'자라'보다 20~30% 저렴

서울의 명동격인 스톡홀름 시내 한복판에 자리한 H&M 본사 디자인실에는 디자이너만 100명이 넘는다. 이곳에선 세 시즌의 제품이 한꺼번에 기획된다. 현재 반응이 좋은 제품을 추가로 기획하고 6개월 뒤 판매할 올 가을 제품 디자인 작업이 한창이다. 여기에 1년 뒤 유행할 컬러와 소재를 바탕으로 베이직 아이템을 기획하고 있다. 이런 디자인력을 바탕으로 매일 신제품을 내놓아 6~8주가 지나면 매장의 전 제품이 바뀐다.

H&M의 최대 강점은 다양한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것.남녀복은 물론 유아동복,이너웨어,액세서리,화장품,홈인테리어 등 다양한 컬렉션을 선보이며 가격은 자라보다 20~30% 저렴하다.

속도보다는 질

H&M은 2000여개 매장을 중동을 제외하곤 모두 직영으로 운영한다. 지금도 미진출 국가에서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지만 무턱대고 매장을 내진 않는다. '질적인 꾸준한 성장'이 3대째 가업을 이어 온 H&M의 경영철학이기 때문.가장 입지 좋은 곳에 매장을 열어야 한다. 이는 한국 진출이 늦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페르손 회장은 "2~3년 전부터 한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적절한 입지를 찾지 못해 늦춰졌다"며 "타 브랜드에 비해 늦었지만 한국 매장은 8가지 라인을 모두 갖춘 풀(full) 컨셉트 매장을 선보이게 되며,유아동복이 가장 잘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2004년 칼 라거펠트를 시작으로 지미추,꼼데가르송,소니아 리키엘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의 협업도 H&M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국내에도 27일 개점과 동시에 소니아 리키엘과 협업한 니트웨어를 선보일 예정이다.

스톡홀름(스웨덴)=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