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었던 부동산 시장…설 지나면 사르르 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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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4대강보상금 등 변수있지만 빠른 회복세 보이긴 어려울 전망
3월 이사철 전셋값 또 오를 가능성…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을듯
3월 이사철 전셋값 또 오를 가능성…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을듯
설 연휴를 앞둔 부동산 시장은 예년과 달리 암울하다. 설이 낀 1,2월에 주택거래가 활발해지고 집값도 많이 오르지만 올해는 완전 딴판이다. 강남 과천 등 일부 지역 집값만 상승하고 전세값이 움직일 뿐,부동산 시장 전반은 작년 말보다 위축되고 있다. 양도세 감면 혜택이 오는 11일(계약 기준)로 끝남에 따라 한 채라도 더 팔려는 분양현장 외에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 이번 주 신규 분양은 전국에서 단 1곳,155채에 불과할 정도다. 눈을 돌려 토지나 수익형 부동산 시장을 살펴봐도 거래 침체는 별반 다를 바 없다. 노른자위 핵심상권을 제외하곤 모두 조용하다. 설 이후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조망해본다.
◆경기회복 체감 쉽지 않을 듯
설 이후 봄철 부동산 시장은 가격면에서 상승세로 돌아서기 힘들어 보인다. 봄기운과 함께 거래가 늘어나던 봄철 부동산 시장의 특성과 6월 지방선거 전 각종 개발공약이 터져나온 과거 경험,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인한 토지보상금 등 상승변수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런 변수만으로는 시장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 주택수요자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회복 속도가 실제보다 느릴 수밖에 없다. 작년 집값이 회복되지 못한 곳들이 조금씩 상승하며 지역적 가격차를 메우는 정도의 장세를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지방선거 효과 제한적일 것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을 계기는 그나마 6월 지방선거가 유일하다. 개발 공약들이 쏟아져 나와 재개발 · 재건축 시장이라도 자극을 줬으면 하는 바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한강변 초고층개발 호재로 서울 마포구 합정동 등에서도 재개발 지분호가가 3.3㎡당 4000만원을 넘어설 정도로 급등한 상태여서 추가 상승은 어려운 상황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지방선거가 올해 부동산 시장에 과연 영향을 줄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6월 지방선거의 '후폭풍'을 걱정하는 관측도 있다. 지방선거 때까지는 정부가 크게 '티'를 내지 않는 선에서 주택경기부양에 나서다가 선거가 끝나면 바로 규제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 대한 믿음 줄어
전문가들은 "예전보다 시장에 대한 믿음이 많이 사라졌다"고 전한다. 2008년 가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지만 아직 유럽과 선진국 시장에서 여전히 불안한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출구전략(경기회복을 위해 취했던 각종 금융지원책을 원위치시키는 것) 구사 시기를 놓고 서로 엇갈리고 있듯이 모두가 경제상황을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주택시장도 호재와 악재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큰 가닥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세가 상승→매매가 밀어올리기'도 한계
3월쯤 봄 이사철이 도래하면 잠시 소강상태였던 전셋값이 오를 수 있지만,이것이 매매가 상승으로 전이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 주택매매수요가 기존 주택구매 쪽으로 돌아서기보다 위례신도시와 수도권 보금자리주택 등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매매수요가 늘어야 집값이 오를 텐테 예상보다 기존주택 매수세는 강하지 않을 전망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하지만) 재개발 이주수요 등 전셋값 불안과 집값 오름세를 자극할 요인이 있어서 아주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지적했다.
중개업계는 설 이후 전셋값이 일단 안정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시기적으로 전학 등 전세가격에 영향을 주는 교육요인이 일단락되면서 학군수요가 잠시 주춤해지기 때문.전문가들은 담보대출 규제 등 집값 억제요인도 여전하기 때문에 전셋값이 매매가를 자극하는 상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재건축 규제완화에 촉각
재건축 추진 아파트 거래시장은 다음 달로 예정된 대치동 은마아파트 안전진단 결과,서울시의회의 재건축 허용연한 단축 시도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건축 시장 역시 전체적으로는 전고점을 회복했을 정도로 값이 많이 오른 상태여서 대세상승을 점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각 단지별로 예정된 재건축 절차가 하나씩 진행되면 그 단지와 인근 지역에 한해 국지적인 일회성 가격상승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피스텔은 아직 모호
정부는 오피스텔 고시원 노인복지주택을 '준주택'개념으로 분류해 지원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건설사와 소액 투자자들이 가장 관심 많은 오피스텔의 경우 △다주택 양도세 중과에서의 제외 여부 △바닥난방 허용범위를 전용 85㎡ 이상으로 넓혀줄지에 대해 명확한 정부계획이 아직 서지 않았다. 다주택 중과 배제의 경우 국토해양부와 기획재정부 등의 협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다. 바닥난방 허용범위를 상향할 경우,주택으로 기능할 수 있는 오피스텔 면적이 넓어지기 때문에 화장실도 2개를 설치해야 하는데,오피스텔 건축 규정에는 화장실이 한 개로 제한돼 있는 문제도 있다. 김규정 부장은 "올해 오피스텔 공급예정 물량이 작년(3161실)보다 크게 늘지 않은 4583실이어서 오피스텔 투자열기가 금세 달아오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신규분양도 좋은 곳에만 몰릴 듯
신규 분양시장 역시 서울 도심 재개발 · 재건축 아파트와 인천 송도 등 일부 인기지역,보금자리주택 2차지구에서만 청약경쟁률이 높게 나올 뿐 기타 지역에서는 미분양이 적잖게 쏟아질 전망이다. 흑석4구역,금호17구역,왕십리1 · 2구역,둔촌푸르지오,반포미주 재건축,판교,광교 인천 송도와 청라,위례신도시,세곡2지구 등 보금자리 2차지구로 청약관심지역을 좁힐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