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 재개발사업 현장에서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백지 동의서' 소송은 그동안 '묻지마 · 막무가내'식으로 이뤄져 온 국내 도시재생사업 시스템의 문제점이 곪아터진 겁니다. 작년 10월에 개설한 도시재생미래전략연구원은 이런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짜내서 제안하는 역할을 합니다. "

국내 최초의 '도시재생분야 제도 · 정책연구원'으로 위상을 표방하고 설립된 도시재생미래전략연구원의 윤병천 원장(58)은 3일 현행 재재발 · 재건축 시스템에 대해 획기적인 개선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옛 대한주택공사 도시재생본부에서 10여년을 붙박이로 근무한 재개발 · 재건축 분야 전문가로 통한다. 지난해 주택공사와 토지공사 통폐합 때 퇴직한 윤 원장은 현직에서 터득한 이론과 실무 경험을 민간 현장에 적용해 선진국형 모델을 제시하는 '도시재생시스템 개혁 전도사'가 되보겠다는 소신으로 연구원을 열었다. 관련 분야 전문가들을 영입하고,국내 유명 설계 · 감리 · 도시계획분야 업체들과 네트워크도 갖췄다.

"국내 재개발사업은 상당수가 '사회공생적 공공개념'이 희박한 상태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선진국과 달리 민간(조합과 건설업계)이 주체가 돼서 이익극대화 차원에서 진행되기 때문이죠.요즘 우후죽순으로 터지고 있는 조합설립 취소소송 등도 근본적 원인이 여기에 있습니다. "

대규모 민간자금만으로 추진되는 현행 구조에서 조합 · 시공사는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정교한 설계나 도시품질보다는 '빨리빨리 개념'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세입자 등 원주민들을 수용하는 개념도 무시되기 일쑤라는 것.

정부가 주택 대량공급쪽에만 비중을 두고 낙후지역 개발정책을 치중해 온 것도 이제는 개선돼야 한다고 그는 지적한다. 여러 낙후지역을 대규모로 묶어서 개발하는 뉴타운사업(패키지 개발)도 사전적 연구가 부족한 상태에서 추진되는 경우가 많아 주변 지역 전세난과 집값 상승 등 여러가지 후유증이 유발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책마련도 일시적 처방에 그치는 실정이다.

윤 원장의 연구원 개원 소식이 알려지면서 수도권 재개발 추진 현장에서 문의가 잇따르며 도시재생문제 해결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개원한 지 석 달 만에 벌써 5건의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초기 개발계획 수립단계에 있거나 조합원 간 분쟁상태에 있는 사업지의 사업컨설팅 의뢰가 많다.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의 주문을 받아서 기존 구도심 전체에 대한 개발방안을 제시해 주는 이른바 '포괄적 도시재생계획안' 마련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방은 서울과 달리 아직 재개발사업 추진이 초기단계에 있어 미래지향적 도시계획을 세우고 접근하면 난개발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서울의 전철을 피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박영신/사진=허문찬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