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를 수습불능의 유동성 위기로 몰아넣을 것 같았던 지난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최근 우리경제는 OECD 국가 중 가장 빨리 경제위기를 벗어나는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올해 11월 예정된 G20회의 의장국으로서,세계 금융시스템 안정화를 위한 우리 정부의 역할에 국제적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은 최근 다보스회의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가 아시아로 확산되는 과정에서,세계경제의 우환거리로 조롱받던 우리경제가 단 1년여 만에 G20 의장국으로서 그 국제적 지위가 향상됐다고 도취해 있기에는,국내외 경제와 금융시장의 위험요인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최근 출구전략이 논의되는 가운데,주식 등 자산가격의 급등은 금융위기 직전의 거품 형성과 그 구조가 동일하다는 경고가 나오면서,금융시스템 안정화를 위한 국제협력체계 마련을 위한 우리의 대책을 냉정히 짚어볼 시점이다.

첫째, 금융시스템 안정화를 위한 국제협력 체제 도출에 앞서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최근의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를 '경제위기로부터의 출구'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세계 경제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경제조차 지난해 4분기 5.7% 성장률을 보이면서,마치 경제위기가 끝난 듯한 착시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거시지표 회복은 위기대응책에 따라 전대미문의 규모로 살포된 정책금융의 힘이란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정작 이번 위기의 직접적 원인이었던 투기적 금융회사들의 도덕적 해이는,최근까지의 정책금융 지원으로 오히려 더 확대될 여지가 여전히 열려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임을 직시해야 한다.

둘째, 현재까지 논의돼온 금융위기 재발방지를 위한 논의의 대부분이,최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한 상업은행의 투기적 자산거래 억제와 금융회사의 자기자본비율 확대와 같은 직접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발표 이후에도 최근까지의 자산거품이 확산되고 있는 현상은 금융회사에 대한 직접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큰 효과가 없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자산시장에서 자산가격의 차익을 노린 투기적 거래동기가 여전히 보장돼 있기 때문이다. 즉 이러한 투기적 거래동기를 원천적으로 억제할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셋째, 우리나라가 G20 의장국으로서 맞이한 이 절호의 기회를,세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소위 '패러다임 시프트'(세계경제체제 전환)의 진정한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활용해야 한다. 오는 11월 서울에서 예정된 G20회의가 단순한 사교클럽에 그치지 않고,세계경제위기 재발방지를 위한 구체적 성과를 낳는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의 좀 더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즉 국제금융시장에서의 투기적 거래동기를 원천적으로 감소시키기 위한 조치로 영국 블레어 총리가 제안한 '외환거래세'를 포함해,다양한 정책수단들을 포괄적으로 검토하는 국제적인 논의의 장을 우리 정부가 제공하고 또 주도해야 할 것이다.

오는 11월 G20회의에서 국제금융시스템 안정화를 위한 결정적인 해답이 도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외환거래세를 포함한,국제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한 모든 정책수단들을 균형 있게 논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즉 투기적 거래에 의한 시장교란을 억제하기 위한 국제정책 공조 노력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국제금융시장 안정화에 필요한 정책신호효과(Signalling Effects)를 보냈다는 우리 정부의 국제적 기여는 인정될 것이다. 세계경제 재편의 올바른 정책신호를 보내는 것이,바로 우리가 꿈꾸는 작지만 강한 나라가 해야 할 일이다.

김영한 <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