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 출시를 계기로 포터블(휴대용) 기기 시장의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태블릿PC란 기기의 스크린을 손가락이나 펜으로 터치하는 식으로 조작할 수 있는 휴대형 PC로, 간편하고 직관적인 조작법, 뛰어난 휴대성, 다양한 활용도 등 장점이 있다.

가장 주목되는 점은 키보드 대신 화면만으로 모든 조작을 할 수 있어 어디서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장점은 태블릿PC가 넷북이나 전자책, 게임기, PMP 등 기존 포터블기기의 성능을 완전히 포괄하고 있어 더욱 두드러진다.

넷북은 PC이자 포터블기기로서 뛰어난 성능이 강점이지만 디스플레이와 키보드라는 기본 설계구조상 소형화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전자책은 눈이 편한 e잉크를 사용하지만 흑백밖에 표현하지 못하며, 전자책 이외의 용도로는 쓸 수 없는 제품이다.

게임기나 PMP도 특화 기능 이외에는 활용에 제약이 있다.

태블릿PC는 PC의 성능을 갖추는 동시에 크기와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임으로써 이들 기기의 한계를 동시에 극복했다.

애플의 아이패드는 통화 기능이 없지만, 와이파이망의 지원을 받고 있어 인터넷전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서 쓸 수 있고, 앞으로 나오는 태블릿PC에는 통화기능을 내장, 일부 스마트폰 기능까지 대체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따라서 태블릿PC가 기존 포터블기기 시장에 직접적인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딜로이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태블릿PC의 올해 판매량을 1천만대로 예상하고, 크기와 무게, 성능 등 측면에서 노트북PC나 스마트폰을 넘어서 IT업계의 대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딜로이트의 졸리온 바커 기술ㆍ미디어ㆍ통신 부문 애널리스트는 "수백만대의 태블릿 PC가 판매되면서 전자책 단말기 시장이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전자책 단말기는 책 보는 데만 쓸 수 있지만 태블릿 PC는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같은 열풍이 예상되는 것은 애플의 힘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태블릿PC가 이미 2001년 출시됐지만, 그 동안 시장의 반응이 냉담했던 데 비하면 애플의 아이패드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다.

이는 애플 특유의 혁신성과 하드웨어 기술, 그리고 앱스토어를 통해 제공되는 무궁무진한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명된다.

기존에 태블릿PC가 외면받았던 이유는 포터블기기로서 훌륭한 콘셉트를 갖고 있었음에도 터치 기술과 하드웨어 성능의 한계 등에 있었다.

그러나 10년 사이 기술은 비약적으로 향상됐으며, 무선인터넷 인프라가 급속히 확산되며 포터블기기도 대중화됐다.

그리고 애플은 이 같은 혁신의 중심에서 잇따라 성공신화를 써왔다.

이미 앱스토어에는 전자책 콘텐츠가 게임을 넘어설 만큼 등록돼 있으며, 지금도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모바일오피스 등 모든 분야의 애플리케이션이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다.

애플은 더욱이 아이패드를 내놓으면서 음원 중심의 `아이튠즈'와 더불어 온라인 전자책 장터인 `아이북'을 선보였다.

이는 태블릿PC에 하드웨어 이상의 가치사슬을 완성시킴으로써 다른 포터블기기와의 완전한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콘텐츠 경쟁력은 기존 특화 기능 위주의 포터블기기로서는 따라잡는 것이 불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막강한 앱스토어를 등에 업은 아이패드가 태블릿PC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며 "올해는 태블릿PC가 급성장하면서 기존 포터블기기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jo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