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종시는 두 개의 밧줄에 묶여 있다. 하나는 과거에 묶인 채로 가야 하는 신뢰의 밧줄이고,또 하나는 내일의 기준으로 오늘 하는 일을 평가받아야 하는 역사의 밧줄이다. 합리적인 사회에서는 비효율을 두려워하며 바르게 결정했을 터이기에 오늘은 어제의 결정대로 신뢰하고 가며 내일은 영광스러운 역사를 기록한다. 효율과 신뢰를 모두 갖추고 있어야 잘돼 가는 나라다.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할 양자택일이 아니다.

그 효율과 신뢰를 함께 반영하는 새로운 길을 마련하는 것이 이 시대 지도자들의 공통적 소명이다. 국토나 정부 조직은 오늘의 시간만 우리에게 할애되고 관리할 수 있는 것일 뿐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에게 비효율적인 부담이 따르도록 결정할 권한이 없다. 잘못된 결정이라면 다음 세대가 당연히 고칠 것이다.

택시를 타고 가다가 세종시 소식에 기사의 의견을 물은 적이 있다. "공무원들이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야 할 일이 많이 생긴다던데 한번 왕복에 10만원은 받을 터이고 나로선 원안대로 옮겨가야 장거리 손님이 늘어나므로 좋을 것 같다. " 이처럼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른 투표나 찬반 행사가 많은 것 같은데,이런 태도는 국가 장래를 위해 기여하는 마음가짐으로 바뀌어야 한다.

1년에 180일 이상 국회가 열리므로 부처마다 장 · 차관,과장급 이상 간부 40~50명이 보고하기 위해 올라와야 하고 국무회의와 각종 현안에 대한 대책회의가 매주 2~3회는 있다. 이런 회의 관행을 바꾸어 서류 제출이나 전화 · 인터넷 협의,화상회의로 대체할 수 있다면 교통,업무 손실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바꾸는 것이 사실상 어려우므로 국회 청와대까지 같이 옮기려 했었고,위헌 판결이 나자 불가피하게 정부의 절반만 옮기는 것으로 바꾼 게 세종시다.

정부 비효율의 피해는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며 불완전한 방식의 정책 결정은 국가적 피해로 한없이 커질 것이다. 애초의 작은 잘못이 엄청난 피해로 나타나기 전에 수정하는 수습의 지혜가 요구되는 까닭이다. 또 그런 대승적 차원에서 국가 장래를 위해 협조할 주민들의 명예를 지켜주고 새로운 기대를 심어줄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금 같이 당리당략이나 지역 이기주의로 보는 눈초리나,실망감을 부추기는 시위는 분열을 심화시켜 결국 세종시 건설 지연으로 인한 피해를 키우고 상처와 부끄러움만 남긴다.

세종시의 갈등과 고통은 신뢰와 효율의 피가 흐르는 옥동자를 출산하려는 진통이다. 어쨌든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고 서로가 국가 장래를 위해 희생하려는 공감대를 넓혀가는 게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이다.

심성근 < 전략물자관리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