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이 82 대 1이라니…그것도 감정가보다 1억원이나 비싸고."

지난 7일 올해 첫 경매를 진행한 서울서부지법 경매 법정.당인리발전소 이전 수혜지로 꼽히는 마포구 당인동의 다세대주택 24㎡(대지 20㎡)를 낙찰받기 위해 우르르 앞으로 몰려 나왔던 82명이 "악!"하며 소리를 질렀다.

집행관이 "최고가 2억4385만원에 낙찰됐습니다"고 발표했기 때문.한 차례 유찰돼 최저 입찰가격이 1억400만원까지 떨어졌던 이 물건은 감정가 1억3000만원보다 1억원 이상 높게 써낸 응찰자에게 팔렸다.

이날 경매 법정은 엄동설한에도 불구, 20대 젊은층부터 50~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 300여명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앉을 곳을 찾지 못한 응찰자들은 법정 여기저기 바닥에 주저앉아 경매를 지켜봤다.

경매 아카데미를 통해 단체로 몰려 다니는 주부들도 상당수 있었다. 빌딩 매매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 관계자는 "급하게 나온 괜찮은 물건을 찾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새해 초부터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경매 시장에서 입질을 시작했다. 같은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한 경매에서는 277억원어치가 팔려 나갔다. 경매 106건 중 42건이 새 주인을 찾아 매각률은 39.6%.이는 지난해 서울중앙지법 평균 매각률(33.38%)보다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매각률이 40%를 넘기면 '뜨거운 열기'라고 풀이한다. 앞서 지난 4일 열린 서울동부지법의 매각률은 45.9%를 기록하기도 했다.

경매 전문가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경매 시장이 열릴 것으로 내다본다. 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경매 시장에 몰린 낙찰금액은 전년 대비 4조원 늘어난 15조7000억원.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감안할 때 올해는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해 나오는 경매 물건이 쏟아질 것"이라며 "시중 부동자금이 풍부해 지난해를 웃도는 16조원 이상의 큰 장이 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초부터 경매시장에 자금이 몰린 것은 지난해 9월까지 치솟았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 비율)이 작년 10월 이후 떨어져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기 때문.경락잔금의 최대 80%까지 돈을 빌려줬던 제2금융권에서 DTI(총부채상환비율)규제를 적용받으면서 부동산 담보대출이 어려워져서다. 남의 돈으로 경매물건을 잡기가 힘들어지자 여윳돈을 가진 사람들은 '이때다' 싶어 남들이 경락잔금을 치르지 못해 재경매로 나온 부동산을 싸게 잡아채고 있다.

강남구 역삼동의 목화밀라트(오피스텔) 경매에 응찰한 A씨는 "최근 부동산 시장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며 "월세가 나오는 물건은 대출 이자를 내고도 남는 게 있어 경매를 받을 만하다"고 설명했다. 강은현 미래시야 이사는 "올해 실물경기 회복과 6월 지방자치선거 등 부동산 상승 호재를 겨냥해 마땅히 갈 곳을 정하지 못한 시중의 유동자금 중 상당수가 경매물건 등 부동산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