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효용성을 습관적으로 따지는 경제학자들은 대체로 구두쇠다. 기회비용을 살펴보고 가능하면 지출을 줄이려는 속성을 보인다. 미국경제학회(AEA)가 신년 첫 주말에 열리는 것도 대학들이 모두 방학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여행 수요가 적어 1년 중 호텔비가 가장 싸다는 점을 고려한 선택이다. 올해 AEA는 3일부터 애틀랜타에서 열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유명 경제학자들이 구두쇠처럼 행동할 때가 잦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나드 케인즈는 만찬을 주최하면서 충분한 음식을 준비하지 않은 탓에 손님들이 먹다 남은 새 뼈를 집어들 정도였다고 영국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는 전한 바 있다. 시카고학파의 창시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기자들의 취재 요청에 답할 때 대부분 콜렉트콜(수신자 요금부담)로 전화를 걸었다.

선대 경제학자들의 근검 절약은 자손들의 입에서도 전해진다. '싼 것을 믿는다'는 책을 쓴 로렌 웨버는 경제학자였던 자신의 아버지가 집안 실내온도를 아주 낮게 설정했다가 가족을 데리고 호텔로 가겠다는 어머니의 '위협'에 굴복한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그의 아버지가 태도를 바꾼 이유는 호텔비가 난방비보다 비싸다고 판단해서다. 노던트러스트의 이코노미스트인 폴 카스리엘은 단돈 몇 달러를 아끼기 위해 단골 식품점만 찾아다니고 브랜드가 없는 테니스화를 애용했다고 딸 마리사가 전했다. AEA의 재정 간사인 존 지그프리드 밴더빌트대 교수는 부인 차로 처음에는 회색 2007년형 머큐리 그랜드 마키스를 원했지만 검은색이 100달러 싸다는 얘기를 듣고 결국 검은색을 구입했다.

경제학자들은 시간의 효용에 대한 개념을 일상생활에 적용해 가족을 공항까지 태워다 주는 대신 택시비를 주거나 이사를 도와달라는 친구에게 이사 비용을 보조해 주는 경우도 있다. 코넬대 로버트 프랭크 경제학 교수는 1993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경제학자 중 9.1%가 자선단체에 전혀 기부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다른 학문 분야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