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지구촌은 각종 스캔들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불륜,성매매,숨겨둔 자녀,내부자거래 등 종류도 다양했고 스캔들의 후폭풍은 그만큼 거셌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불륜 스캔들은 자고 나면 새 내연녀들이 등장하며 그의 추락을 가져왔다. 질레트 액센추어 태그호이어 등 스폰서가 연이어 끊기고 '나는 우즈와 자지 않았다'고 쓰인 티셔츠가 불티나게 팔리는 등 조롱 어린 시선이 늘어나자 그는 무기한 골프 중단을 선언했다. UC데이비스대 연구진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우즈 스캔들로 주가가 하락하며 시가총액이 50억~120억달러 날아갔다.

마크 샌포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존 엔사인 상원의원 등 미국 거물급 정치인들도 연달아 불륜이 발각되며 정치경력에 종지부를 찍었다. 실비오 베를루스쿠니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 7월 한 콜걸과 성관계 장면이 담긴 비디오까지 공개되는 등 불륜과 성매매 스캔들이 이어지고 있다. 페르난도 루고 파라과이 대통령도 가톨릭 신부 시절 9명의 여성과 관계를 맺었고 숨겨둔 자녀까지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영국에선 지난 5월 의원들의 대규모 공금 유용 스캔들이 발생,646명의 하원의원 가운데 46명이 사임하고 사상 최초로 하원의장이 사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방 출신 의원들이 런던에서 의정 활동을 할 때 제공되는 주거 보조금을 고가 가구 구입과 자택 수리비로 전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영국인들은 분노했다. 집권 노동당은 지지도가 추락하면서 내년 총선에서 13년 만에 정권을 내줄 위기에 처해 있다.

미 월가에선 사상 최대 내부자거래가 발각돼 충격을 줬다. 헤지펀드 갤리언그룹 최고경영자(CEO)인 라지 라자라트남이 인맥을 동원해 기업 내부정보를 빼내고 2000만달러(약 235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과정에서 기업 고위 임원,신용평가사 직원,인수 · 합병(M&A) 전문 로펌 변호사,펀드매니저,헤지펀드 임직원 등 20명이 연루됐다. 앨런 스탠퍼드 스탠퍼드금융그룹 CEO가 80억달러 규모의 금융다단계(폰지) 사기를 저질러 징역 100년형을 선고받는 등 폰지 사기 사건도 잇따랐다.

이 밖에 이달 초엔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대 기후연구센터 서버 해킹으로 유출된 이메일로 과학자들이 지구온난화 관련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큰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 6월엔 팝 스타 마이클 잭슨의 사망 원인과 유산 배분을 둘러싸고 지구촌이 들썩였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