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 1/3 직원 수수료…회사 계좌엔 `0원'

3천억원대 투자사기로 검찰에 적발된 E부동산컨설팅은 3년내 개발사업을 마치고 원금의 3∼5배를 돌려주겠다며 7천명의 투자자들을 꾀었지만 전국 10개 사업지 중 한 곳도 제대로 개발사업이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E사가 부동산펀드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99년께로 강원도 강릉에 온천관광지를 개발한다거나 제주에 생태휴양지를 만든다는 말로 투자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E사가 개발사업에 나섰다는 곳은 강원, 경북, 제주 등지의 열 곳으로 그 부지 규모만 해도 약 1천89만㎡에 이른다.

E사는 텔레마케터를 모아 투자를 권하는 전화를 돌리거나 유명 백화점에서 설명회를 열어 투자자를 모았으며 7천명이 수백만원에서 억대의 돈을 내놔 무려 3천억원이라는 거액이 모였다.

투자금으로 들어온 돈 중 3분의 1은 즉시 영업직원과 관리자에게 수수료 등으로 지급됐고 E사는 개발하겠다는 부지의 극히 일부분에 대해 가등기를 해주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3년 내에 완료된다던 개발 사업은 10년간 끝날 줄 몰랐고 결국 투자자 대부분이 고스란히 투자금을 날릴 처지에 놓였다.

E사는 투자금 3천억원 중 수수료를 제하고 남은 2천억원 가운데 1천억원은 사업비나 부지구입비 등으로 사용했지만 나머지 1천억원은 대표이사 가지급금 및 관계회사 대여금 명목으로 새나가는 바람에 E사의 법인계좌는 물론 차명계좌에도 동전 한푼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E사의 개발사업 부지는 상수원보호구역 상류에 위치해 개발 추진이 불가능하거나 사업 인허가 절차도 진행되지 않는 등 제대로 개발이 진행된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악덕업체의 감언이설에 속아 많게는 수억을 날린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회수할 마땅한 방법도 없이 잠시나마 `대박'의 꿈에 젖었던 스스로를 한탄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