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에 있는 52층 규모의 뉴욕타임스 빌딩.뉴욕의 상징적인 건물이기도 하지만 에너지 소비가 여타 건물보다 30% 적은 건물로도 유명하다. 이 건물 외관에는 태양열 감지 센서가 부착된 세라믹 시스템이 있어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의 양을 늘리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실내 온도를 조절하고 있다. 2년여 전에 마친 리모델링 덕분이다.

한국 빌딩시장에도 이런 형태의 '친환경 리모델링' 시대가 열리고 있다. 낡은 건물을 새롭게 짓는 기존의 단순 리모델링과는 달리 '에너지 효율'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물과 전기 사용 등을 포함한 에너지 소비절약, 태양광 풍력 등 대체 에너지 활용을 포함해 기존 건물을 친환경 빌딩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지은 지 얼마 안된 건물이라 할지라도 에너지 소비가 많다면 리모델링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시장은 최근 리모델링 업계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1조원 시장 열린다"

산다 헤르덴 한국 지멘스 부사장은 8일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40%,배출되는 온실가스의 20%가 건물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첨단 기술에 민감한 한국 시장을 겨냥해 친환경 빌딩 리모델링 사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서 이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는 기업은 지멘스,미국의 하니웰,삼성에버랜드와 LIG건설 등 4곳이다.

최근 들어 이들 기업의 행보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4% 줄이기로 목표를 세운 데다 서울시도 이에 발맞춰 총 45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친환경 도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특히 최근 2000㎡ 이상 건물 1만개에 대해 단열과 냉난방,조명 시설을 개선하는 '그린 빌딩' 사업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삼성에버랜드는 새로 열리는 리모델링 시장 공략을 위해 친환경 빌딩 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 등으로 연간 1조원 규모의 친환경 빌딩 리모델링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구 하나 바꿨을 뿐인데'

'친환경 빌딩 리모델링'은 거창한 공사가 아니라 조명기기 교체와 같은 작은 데서 시작된다. 이마트는 올초 자발적으로 에너지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팀을 신설하고 에너지 합리화사업을 시작했다. 1호 사업의 대상이 된 곳은 월계점.전국 130여개 점포 가운데서도 가장 규모가 큰(5795평) 곳이다. 월계점에 투입된 리모델링 비용은 약 8억원.4500여개 형광등을 전력소모량이 적은 LED(발광다이오드)로 바꿨다.

월계점 리모델링 사업을 맡은 지멘스는 냉난방 시스템도 새롭게 구축했다. 마트 특성상 24시간 고기와 생선,야채,음료수 등을 낮은 온도에서 신선하게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전기료가 많이 든다는 점에 집중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았던 기존 냉동기를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으로 교체했다.

이영주 이마트 점포개발팀 과장은 "총 1억1000만원에 달하는 에너지를 줄인 월계점의 성과를 기반으로 앞으로 친환경 리모델링 사업을 수도권 점포까지 확대할 예정"이라며 "태양광과 지열,풍력을 이용한 신재생 에너지 시스템 도입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