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목표시점-확정시점' 논란
`플러스 알파' 파병문제도 오락가락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일 대국민연설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의 철군개시 시점을 2011년 7월로 제시한 것을 놓고 미 정치권 안팎에서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과연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한 2011년 7월이 그렇게 되길 기대한다는 `목표 시점'이냐 아니면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확정 시점'이냐를 둘러싼 시시비비다.

이런 소란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2일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행한 발언이 빌미를 제공했다.

게이츠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언명한 시점에 맞춰 과연 미군을 철수할지 여부는 6개월전 쯤인 2010년 12월께 현지 상황을 토대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청문회에 함께 출석했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도 "대통령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있다"고 말해 철군시점에 반드시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오바마 대통령 주재로 열린 아프간 안보회의에 9차례 참석해 아프간 병력증파 및 `출구전략'에 깊숙이 개입해 온 만큼 이들의 발언에는 상당한 무게가 실렸다.

결국 워싱턴포스트 등 일부 언론은 "오바마가 18개월 후부터 철군하겠다는 계획은 18시간도 견뎌내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3일 상원 외교위로 장소만 옮겨서 계속된 신(新) 아프간 전략에 대한 의회의 검증작업에서도 게이츠, 클린턴 장관은 여전히 철군 개시 시점에 대해 부동의 시간표가 아님을 강조했다.

게이츠 장관은 "2011년 7월은 우리가 아프간 치안병력에게 권한과 책임을 넘기기 시작하는 시점"이라면서 "속도와 철군규모 등은 그 시점의 조건에 바탕을 두고 책임있게 결정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게이츠 장관은 전날 자신의 발언으로 철군시점 논란이 확산된 것을 의식한 듯 "분명한 날짜를 설정해 놓는 것과 그 시점에 직면하게 될 현실을 조건으로 달아놓는 것은 모순된 일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제임스 리치(공화.아이다호) 상원의원은 "게이츠 장관은 어제는 2011년이 목표치인양 얘기했으나, 내가 대통령 연설로부터 받은 인상은 그건 목표시점이 아니라 철군을 위해 확실히 못박은 시점인 것 같았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철군시점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한 미 언론의 보도도 덩달아 춤을 추고 있어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

CBS방송의 백악관 담당기자는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기브스 대변인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다녀온 뒤 "대통령은 그 시점에 구속력이 있다고 말했다.

신축성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미군은 2011년 미국으로 돌아오기 시작할 것이다.

그것(철군시점)은 돌에 새겨진 것"이라고 말해 철군개시 시점은 절대로 유동적일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고 CBS는 덧붙였다.

또 정치전문매체인 `더 힐(The Hill)'에 따르면 기브스 대변인은 오바마 행정부가 비록 관타나모 미군기지 폐쇄, 건강보험개혁 법안의 의회통과 등을 목표시한 내에 완수하지 못했지만, 아프간 철군개시 시한인 2011년 7월은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기브스 대변인은 특히 "그 시점이라는게 임의로 결정된 것이거나 대통령 혼자서 선택한 게 아니다"면서 "국방부의 계획에 바탕을 두고 내려진 신중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이 1일 발표한 3만명 추가파병에 보태서 별도의 병력을 파견할 가능성을 놓고도 혼선이 일고 있다.

게이츠 장관은 3일 청문회에서 아프간에 증파하기로 한 미군의 수를 이미 발표한 3만명에서 필요하면 최대 3천명까지 더 늘리는 방안을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ABC방송은 `플러스 알파' 파병 가능성을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에게 문의한 결과, 되돌아온 답변은 `노(No)'였다고 전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ks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