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텐마비행장.정치 위장헌금.예산 등 첩첩산중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에게 12월은 시련의 한 달."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1일 하토야마 총리가 이달 내에 오키나와(沖繩) 기노완(宜野彎)시에 있는 주일미군 후텐마(普天間) 비행장 이전 문제, 본인의 위장 헌금 문제, 내년도 예산 편성 등의 과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야 한다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후텐마 비행장 이전 문제의 경우 미국측이 연내, 특히 크리스마스 연휴 이전인 이달 중순까지 결론을 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하토야마 총리가 현외 또는 국외라는 민주당의 지난 8.30 총선 공약에 발목이 잡혀 어정쩡한 입장을 유지하는 반면, 미국측은 자민당 정권에서 양국이 합의한 오키나와현 나고(名護)시에 있는 주일미군 슈와브 기지로의 이전을 전제로 일본측을 압박하고 있다.

하토야마 총리나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 기타자와 도시미(北澤俊美) 방위상이 각각 후텐마 비행장 이전 문제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오키나와 현외 이전의 후보지는 거론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다.

하토야마 총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오키나와 현민의 부담 경감, 일본의 국익, 미국과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여기에 연립 정권에 참여한 사민당, 국민신당을 포함한 3당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4차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오는 4일 대표 선거가 예정돼 있는 사민당의 경우 당수인 후쿠시마 미즈호(福島瑞穗) 소비자담당상의 재선이 확실시되지만 당내에서 현내 이전 불가라는 목소리가 너무 약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일각에서는 후쿠시마 당수가 이번 선거를 앞두고 "현내 이전을 할 경우 연립정권에서 이탈할 것"이라는 강경 대응 방침을 표명할 것이란 말들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하토야마 총리의 위장 헌금 문제도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검찰이 그의 공설 비서관을 기소키로 한 것도 부담이지만, 이와는 별도로 언론에서 거의 매일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면서 도덕성에 상처를 입게 된 것은 그의 정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이날 하토야마 총리의 정치자금 관리 단체가 2002년 민주당 대표 선거 이후에 그의 모친에게 정치자금 제공을 요구했으며 지금까지 총 11억엔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하토야마 총리의 모친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타이어 업체인 브리지스톤 창업자의 딸이다.

정치자금 문제가 떠오르면서 정치권에서는 그의 거취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민주당의 최대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이 하토야마 총리의 정치자금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점도 부담이다.

정치권에서는 내년에도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하토야마 내각의 지지율이 추락할 경우엔 그로서도 진퇴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 내부에서는 오자와 간사장이 차기 총리를 맡을 것인지 아니면 제3의 인물을 대타로 내세울 것인지가 관심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자와 간사장이 민주당 대표 시절에 "전면에 나서겠다"고 말했던 만큼 직접 총리직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있는 반면, 자신도 정치자금 문제 등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의 스타일대로 새로운 인물을 총리로 옹립한 뒤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하라구치 가즈히로(原口一博) 총무상, 나가쓰마 아키라(長妻昭) 후생노동상 등이 차기 총리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두 가지 과제에 비교하면 내년도 예산 문제는 오히려 그에게 부담이 적은 편이다.

다만, 행정쇄신회의에서 슈퍼컴퓨터 등 과학기술 관련 예산과 지방 사업, 교육예산 등을 대폭 삭감하기로 하면서 '미래 전략 부재'라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고 내년도 조세 수입이 예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정적자 악화가 불가피한 점 등은 여전히 불안 요소다.

여기에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과 내수를 중시하면서 경기 위축이 가속화, 이른바 '하토야마 불황'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긴 점 등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는 지적도 있다.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