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최신호(12월호)에서 발표한 '2009년 세계 100대 인물'에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1위에 선정했다.
2009년 최고의 인물은 버냉키…"미국을 구한 영웅"
FP는 버냉키 의장에 대해 "미국이 제2의 대공황에 빠지지 않게 구한 인물"이라면서 "선사(禪師)와도 같은 FRB 의장이 지난 몇 달간 대공황에 대한 자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미국 경제를 구원하고 중앙은행의 역할을 재정립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로 떠올랐다"고 선정 사유를 밝혔다.

'세계 100대 인물'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어느 때보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포함됐다. 총 23명이 선정된 경제전문가들은 10위권에 4명,30위권에 11명,50위권에 19명이 포함돼 대부분 상위권을 차지했다.

특히 대표적 비관론자로 꼽히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단숨에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FP는 루비니 교수가 "경제학계의 록 스타 같은 존재"라면서 올해 세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경제 자문가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인간의 심리를 이용해 자연스럽게 선택을 유도하는 '넛지' 방식의 규제를 창안한 캐스 선스타인 백악관 규제개혁위원회 실장과 리처드 탈러 시카고 경영대 교수도 일곱 번째로 비중 있는 세계 지성의 반열에 올랐다.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의 선정(9위)도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질서(뉴 노멀)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FP는 저우 행장에 대해 "달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세계가 있음을 깨우쳐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기축통화로서 달러화가 한계를 드러냈다며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에 기반한 새로운 국제통화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래리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14위),마틴 울프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15위),모하메드 엘 에리언 핌코 최고경영자(CEO)(16위),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22위),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25위) 등도 상위권에 올랐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버냉키 의장의 뒤를 이어 세계를 이끈 인물로 꼽혔다. FP는 오바마 대통령이 경제위기와 이라크 · 아프가니스탄 전쟁 속에서 흔들리는 미국의 지도력을 바로 세웠다고 평가했다. 그의 '스마트 파워' 전략이 성공할 경우 미국의 대외적 위상은 크게 올라갈 것이라며 기대를 표시하기도 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6위에 선정된 것도 '스마트 파워'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이 밖에 이달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를 앞두고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라젠드라 라차우리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 의장은 5위에 올랐다. 지난 6월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 후보로 출마한 미르 호세인 무사비의 부인 자흐라 라흐나바르드는 이란의 민주화와 여권 신장에 기여한 공로로 3위에 꼽혔다.

한편 FP가 세계 100대 지성 중 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59%가 글로벌 불황이 끝났다고 답했으며,64%는 1~2년 내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 세계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는 위험을 묻는 질문엔 29%가 이란 핵개발을,21%가 아프가니스탄 · 파키스탄 전쟁을 각각 꼽았다. 오바마 대통령 정책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7~8점 정도라고 답해 호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