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나흘째인 29일 정부가 물류 피해 최소화를 위해 새마을 · 무궁화호 기관사를 화물수송열차 운행에 긴급투입하는 '기관사 돌려막기'에 나서면서 안전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관사 돌려막기로 부산항만과 수도권 의왕컨테이너 기지에 쌓여 있던 긴급한 수출물량은 이날 대부분 운송됐지만 휴식시간이 현재 3시간에서 1시간으로 대폭 줄어들어 안전운행에 비상이 걸렸다. 검찰은 철도노조 파업의 불법성 여부에 대해 전면 수사에 들어갔다.

◆"1시간만 쉰다"

국토해양부와 코레일은 평소 이용객이 적은 새마을 · 무궁화호의 열차 운행횟수를 줄여 남는 인력을 화물열차에 투입,이날 하루 화물열차 운행을 60회로 늘렸다. 전날 17회에 그쳤던 화물열차 운행횟수를 3배 이상 늘린 셈이다. 30일에는 철도 대학생 150명을 투입해 68회로 늘릴 방침이다. 인력이동으로 인해 새마을호는 44회(평상시의 59.5%),무궁화호는 202회(63.3%)만 운행키로 했다. 평소 승객이 적었기 때문에 새마을호와 무궁화호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코레일의 설명이다. 코레일은 파업 3일째인 지난 28일부터 현업에 복귀하는 노조원이 주춤하자 이전에 기관사 경험이 있는 2급 이상 간부직원 70여명을 열차기관사로 긴급 투입했다.

이번 돌려막기에 투입된 기관사 A씨는 "서울을 출발해 부산에 도착하면 3시간가량 휴식을 취했다"면서 "지금은 비상근무로 인해 한 시간만 쉬고 서울로 올라온다"고 말했다. 대전으로 출퇴근하는 김모씨(47)는 "오래전에 새마을호 등 일반열차를 운전한 경험이 있는 직원이 비상시에 KTX 기관사로 투입된다는데 솔직히 불안하다"며 "경험 미숙에다 피로까지 쌓이면 자칫 졸음운전 등으로 사고가 나지 않을까 두렵다"고 우려했다.

긴급 투입된 기관사들의 미숙한 운전도 불안요소다. 코레일 관계자는 "긴급 투입 인력은 낯선 코스를 운행하다 보니 곡선철로 등 지형에 혼란을 겪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겠지만 파업 초기에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선(先)복귀 후(後)협상' 변함없어

코레일의 '돌려막기'로 당장 산업현장의 피해확산은 막았다. 거의 '올스톱'됐던 수도권 물류기지인 경기도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와 부산,울산,경남 등의 수출입 화물,강원과 충북도 내 시멘트와 무연탄 수송이 이뤄져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이날 컨테이너 열차를 전날 5회에서 8회로 늘려 의왕물류기지에 쌓여 있던 긴급수출 컨테이너물량 250개(40ft 기준)를 수송하는 등 총 650개의 수송을 끝마쳤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파업 장기화에 따른 추가 피해는 불가피해 보인다.

허준영 코레일 사장도 이날 '선 복귀,후 협상'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코레일은 "수도권 전철에 최대한 인력을 투입하고 KTX입석표를 판매,출퇴근 피해를 줄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수사

대검찰청 관계자는 "철도노조의 전면 파업이 국가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국민 생활에도 큰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지체 없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노조 집행부 등 조합원 182명을 전국 관할 경찰서에 고소한 상태이며 경찰은 검찰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파업은 정부의 공기업선진화 워크숍 일정에 맞춰 파업을 시작하는 등 목적 자체에 불법성이 있을 수 있어 신속한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검 · 경은 조사 대상자들이 계속 소환에 불응하면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로 신병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김동민/이해성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