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후 비정규직 다시 증가세

지난 6년 동안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보다 배로 빠른 속도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정규직은 2007년을 기점으로 한때 감소 추세를 보였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현재 임금근로자는 1천647만9천명으로 6년 전인 2003년 8월 1천414만9천명보다 16.5% 증가했다.

이 중 정규직은 1천72만5천명으로 6년 전(954만2천명)보다 12.4% 늘어난 반면 비정규직은 460만6천명에서 575만4천명으로 24.9% 증가했다.

비정규직 증가율이 정규직의 갑절 수준에 달했다.

이에 따라 전체 임금근로자 중 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3년 67.4%에서 올해 65.1%로 2.3%포인트 낮아진 반면 비정규직 비율은 32.6%에서 34.9%로 높아졌다.

연도별 비정규직 근로자는 2003년 460만6천명에서 2007년 570만3천명까지 증가했다가 2008년 3월 563만8천명, 2008년 8월 544만5천명, 2009년 537만4천명까지 줄어들었으나 올해 8월 575만4천명으로 다시 늘어났다.

한국개발연구원 유경준 연구위원은 "최근 들어 비정규직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공공부문에서 일자리가 창출되고 사회적 일자리가 꾸준히 늘어나 비정규직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욱이 비정규직 증가세는 노인, 여성, 단순직 등 상대적 취약계층에서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년간 연령대별 비정규직 증가율은 15~19세(-12.6%), 20~29세(-2.9%) 등 청년층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한 반면 30대 이후는 30~39세(4.0%), 40~49세(33.2%), 50~59세(58.2%) 등 나이가 많아질수록 높아졌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의 비정규직은 2003년 45만5천명에서 2009년 87만6천명으로 92.5%나 늘었다.

60세 이상이 전체 비정규직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9%에서 15.2%로 크게 높아졌다.

성별로는 남성 비정규직이 228만6천명에서 268만1천명으로 17.3% 증가한 가운데 여성은 232만명에서 307만3천명으로 32.5% 늘어나 여성 일자리의 질이 더욱 나빠진 것으로 분석됐다.

직업별로는 단순노무 비정규직이 가장 높은 34.9%의 증가율을 보였고 판매종사자(10.4%), 전문가 및 관련종사자(6.2%), 서비스 종사자(3.7%)도 비정규직이 늘었다.

반면 농림어업숙련종사자(-27.8%)와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종사자(-21.7%), 기능원 및 관련기능 종사자(-12.9%), 사무종사자(-11.5%)의 직업군에서는 비정규직이 감소했다.

학력별로는 대졸 이상 비정규직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대졸 이상 비정규직은 109만8천명에서 163만3천명으로 48.7% 늘었고 고졸 19.8%, 중졸 8.5%, 초졸 이하 18.7%의 증가율을 보였다.

유 연구위원은 "기업이 신입사원을 정규직으로 뽑는 경향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며 "신입사원을 채용하고서 당분간 비정규직으로 활용하면서 정규직 전환 여부를 판단함에 따라 대졸 비정규직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