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어깨 아프면 무조건 오십견? 'NO'…환자 50~70%가 회전근개 파열
어깨관절은 아주 단순한 동작에서부터 큰 힘이 들어가는 동작까지 관여하지 않는 데가 거의 없는 데다 인체 중 유일하게 360도 회전이 가능해 통증과 부상이 잦다. 적잖은 사람들이 어깨통증을 지나친 사용으로 인한 일시적인 근육 뭉침이나 결림으로 생각하지만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거나 어깨 사용에 제한이 올 수도 있다.

오십견은 나이먹음에 따른 어깨관절의 퇴행성 변화 외에 회전근개 파열,석회성 건염,어깨충돌증후군,견봉 쇄골 관절염,어깨탈구 등에 의해 유발된다. 어깨통증의 50~70%는 회전근개의 파열에 의한 것이다. 어깨 속 깊숙이 위치해 어깨를 들고 돌리는 역할을 해주는 4개의 힘줄(극상건,극하건,견갑하건,소원건)이 끊어진 상태를 말한다. 힘줄의 노화에 따른 퇴행적 변화로 인해 주로 50대 이후에 많이 나타났으나 최근에는 웨이트트레이닝 골프 암벽등반 수상스키 탁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의 레저 ·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발생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어깨를 돌리다 어느 날 갑자기 '뚝' 소리와 함께 심한 통증을 느낀다면 회전근개의 파열을 의심해봐야 한다. 회전근개가 반복적인 충격을 받거나 닳아서 찢어지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더조은병원의 박준식 정형외과 과장은 "대부분은 정상적인 힘줄이 지방으로 변성되거나 어깨관절이 취약한 구조로 변해 파열된다"며 "이를 초기에 봉합하지 않고 방치하면 지방으로 변성된 파열된 힘줄이 어깨관절 안쪽으로 말려들어가 통증을 유발하고,드물게는 인접 신경을 손상시켜 팔을 아예 못 쓰게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통증이 심하지 않은 초기에는 운동 · 물리치료만으로 많이 호전된다. 하지만 본격적인 파열이라면 수술치료가 필요하다. 팔로 가는 신경다발에 마취제를 투여해 부위 마취한 후 관절내시경으로 지름 5~7㎜의 구멍을 뚫고 어깨관절 속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실밥이 터진 것처럼 보이는 회전근개를 꿰매는 방법이다. 내시경의 해상도가 자기공명영상촬영(MRI)보다 높아 정확한 수술이 가능하고 수술 후 흉터가 적으며 회복이 빨라 다음날 퇴원할 수 있다. 기존 전신마취로 수술할 경우에는 수술 후 2~3시간 심한 통증으로 환자들이 고생했지만 새로운 부위 마취는 통증이 거의 없는 게 장점이다.

석회성 건염은 어깨힘줄에 돌(석회질)이 생겨 초기에는 염증을 유발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돌처럼 굳어 통증을 일으킨다. 찢어질 듯한 통증으로 밤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다. 힘줄은 뼈와 근육을 연결해주는 부위이므로 석회화는 대부분 어깨관절 주위에서 발생하다. 돌의 크기는 지름 1~2㎜부터 크게는 3㎝ 이상으로 수개월 내지 수년에 걸쳐 조금씩 커지는데 보통 콩알 정도의 크기가 가장 많다. 힘줄의 퇴행성 변화로 힘줄세포가 괴사된 부위에 석회가 차서 생기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어깨의 과도한 사용,회전근개의 혈관 감소 등도 석회질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석회성 건염은 석회가 형성되고,석회질이 침착되며,이것이 다시 소실되는 등의 3단계로 진행된다.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어깨마루(견봉) 아래쪽 점액낭에 염증이 생겨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팔을 앞이나 옆으로 들 때 통증이 나타나 옷을 입거나 빗질을 하는 등 일상적인 동작에 제한을 받는다. 이를 오십견으로 오인하기 쉬우나 급성일 경우에는 심한 통증을 호소하므로 선제적으로 치료하는 게 바람직하다.

급성이거나 석회가 작을 경우 석회를 제거하지 않고 염증 치료만으로도 통증을 없앨 수 있다. 체외충격파로 돌을 깨뜨리면 비교적 쉽게 치료된다. 하지만 만성적인 통증을 보이는 경우엔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수술로 석회와 염증을 제거해야 통증이 사라진다. 석회를 제거하면 해당 부위에는 잘 재발하지 않지만 다른 부위에 다발하는 경우가 많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