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잠룡 '세종시 해법' 갈등에 국민시선 집중
총리, 5-10일 대정부질문서 `초기구상' 선보일듯


정운찬 국무총리가 불을 댕긴 세종시 수정론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강한 반대에 부딪힘에 따라 이를 돌파하기 위한 정 총리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약 정 총리가 박 전 표의 부산발 '소신 발언'에 정면대응하고 나설 경우 국무총리와 한나라당 '실력자'간 갈등의 파고가 높아져 정국 전반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 차기대권 `잠룡(潛龍)'으로 분류되는 두 사람 간의 세종시 문제 맞대결 양상은 정 총리가 지난달 29일 박 전 대표의 `원안 고수' 입장에 대해 언급한 게 발단이 됐다.

정 총리는 취임 한 달을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종시 문제는 정치적 신뢰 문제 이전에 막중한 국가 대사라는데 이론(異論)이 있을 수 없다"면서 "박 전 대표를 한번 만나 정말 무엇을 생각하는지 듣고 (차후) 정리되는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박 전 대표도 상당히 동의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박 전 대표와 대화를 갖고 차후에 대안을 설명하겠다'는데 방점을 뒀으나 "정치적 신뢰 이전에 막중한 국가 대사"라는 발언은 `원칙'과 `약속'을 중시하는 박 전 대표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에 정 총리는 발언의 진의를 설명하기 위해 이날 오후 박 전 대표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마침 박 전 대표가 행사에 참석 중이어서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부터 이틀 후인 31일 박 전 대표는 불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종시는 국회가 국민과 충청도민에게 한 약속이지 개인 약속이 아니다"며 "저의 개인적인 정치 신념으로 폄하해선 안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정 총리의 면담 제의에 대해서도 "의회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해, 그리고 국민에게 한 약속이 얼마나 엄중한지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비판하고 "설득하고 동의를 구한다면 국민과 충청도민에게 해야지 나에게 할 일이 아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특히 박 전 대표는 "총리실에서 그제 전화 통화를 하고 싶다고 전갈이 왔는데 그 후에는 연락이 없었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정 총리는 같은 날 저녁 박 전 대표의 발언 내용을 상세히 보고받았으나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김왕기 총리실 공보실장이 전했다.

이와 관련해 정 총리는 박 전 대표와의 마찰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추가 접촉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 총리는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정면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주변의 만류에도 30일 세종시 건설현장인 공주시와 연기군을 잇따라 방문하고 `세종시 원안 사수'를 주장하며 9일째 단식 중인 유한식 연기군수 등을 면담한 바 있다.

다만 정 총리는 우선 박 대표와의 마찰로 인해 세종시 문제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만큼 오는 5-10일 예정된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을 이용해 `초안(初案)' 수준의 세종시 구상을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국민에게 세종시 수정 추진의 필요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에는 오는 3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국무회의 등을 이용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전에 `초안'을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총리가 구상하는 세종시 초안은 원안(原案)의 `행정중심복합도시'로는 자족기능이 부족한 만큼 기업과 연구소, 학교 등 산업과 교육을 중심으로 한 `기업도시'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는 30일 세종시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기업이 입주하기 좋은 곳이어서 자족도시를 만들기 좋다"면서 "비공식적으로 몇몇 기업들이 오겠다는 의향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총리는 국회의 대정부질문이 끝나는 이달 중순에는 세종시 관련 자문기구와 실무기구를 잇따라 마련해, `대안' 마련에 속도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리는 이를 통해 정부 대안이 마련되면 박 전 대표를 포함한 여야 정치권과 세종시 등 충청지역을 잇따라 방문해 설명회를 갖고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