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주택 시장과 신규 아파트 분양 시장의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 기존 주택 시장이 하향 조정 분위기인 반면 신규 아파트 분양은 활기차다.

신규 분양의 경우 서울 재개발 아파트와 인천 청라 등 수도권 주요 택지지구 아파트가 최고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것은 물론 창원 거제 등 수요층이 탄탄한 지방에서도 청약 1순위에서 분양 신청이 마감되고 있다. 이에 반해 기존 주택은 그동안 급등한 서울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조정 국면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는 지난 9월 초 주택 구입자의 연간 수입에 근거해 금융권 대출 규모를 제한하는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확대와 내년 2월11일까지 적용하는 신규 아파트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 등의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다 실물경기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지난여름 주택가격이 너무 가파르게 올랐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데다 정부가 값싼 보금자리주택 공급에 본격 나서면서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이 신규 분양 쪽으로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민이 스피드뱅크 팀장은 "서울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안전진단 소식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시장에서는 급매물만 일부 나오고 있다"며 "보금자리주택 공급 등으로 수요자들의 시선이 분양 시장에 쏠리고 있어 '기존 주택 시장 위축 · 신규 분양 시장 활황' 기조는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승 흐름 타는 신규 분양시장

신규 분양 시장에서는 무엇보다 보금자리주택의 바람이 거세다. 서울 강남 세곡 및 서초 우면,경기 고양 원흥,하남 미사 등 시범지구 4곳에서 총 1만4295채 아파트를 공급한 이번 분양에서 5만8914명이 신청,지난달 29일 일반공급 1순위에서 4.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강남 내곡,구리 갈매 등 입지 여건이 더 뛰어난 2차 보금자리지구 계획이 최근 발표되지 않았다면 이번 보금자리주택 경쟁률은 더 높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서울 재개발 · 재건축 아파트 일반 분양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동작구 본동5 재개발구역에서 공급한 '래미안 트윈파크' 아파트(일반분양 187채)는 평균 31.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지난달 29일 1순위 청약에서 모든 평형이 마감됐다. 현대건설 '광장힐스테이트'도 3.3㎡당 최고 2700만원에 달하는 고분양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427채 공급에 모두 2584명이 몰려 평균 6.05 대 1,최고 11.5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방에서도 지난달 현대건설이 분양한 거제 수월지구 아파트가 계약률 100%를 기록,화제를 모았으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주 창원 봉림지구에서 분양한 중대형 아파트는 1순위에서 모두 마감했다.

판교 별내 송도 등 수도권 인기 택지지구의 분양이 이어지고 내년 상반기 2차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사전예약도 예정돼 있어 신규 분양 시장의 열기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기존 주택 시장은 하향 안정세 이어질듯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가파르게 올랐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기존 주택 시장의 조정 분위기가 뚜렷하다. 은행권에만 적용했던 DTI 규제를 지난달 12일 제2금융권으로 확대한 이후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하락세가 빨라지면서 가격 조정이 서울 강북 및 수도권 주요 지역으로 번져가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집값 조정이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주 서울을 뺀 수도권 집값이 지난 3월 말 이후 7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하락률은 0.01%로 미미하지만 그동안 보합세를 유지했던 과천 고양 등으로 하락 지역이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은 5주 연속 조정을 이어갔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하락폭이 크다. 9월 말 내림세로 접어든 뒤 지지난주 0.23%의 큰 하락에 이어 지난주에도 0.11%의 내림세를 보였다.

실제 서울 강동구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둔촌주공1단지 59㎡ 아파트 시세는 6억5000만원 안팎으로 DTI 규제 확대 직전인 9월 초에 비해 5000만원 이상 떨어졌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3단지 35㎡ 아파트 호가도 6억8500만원 선으로 두 달 전에 비해 평균 5000만원 이상 하락했다. 수요자들이 값싼 급매물만 찾고 있어 거래도 거의 끊겼다고 재건축 아파트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전했다.

이런 가격 조정은 가을 이사철이 끝나면서 서울 강북은 물론이고 수도권 신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올 여름 경기 회복 속도에 비해 너무 급하게 오른 데다 대출 규제,금리 상승,재건축 아파트 구입자 자금출처 조사 등 악재가 꼬리를 물면서 매수자가 없는 가운데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물경기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이상 기존 주택 시장은 당분간 보합세를 유지할 공산이 크다고 김 부장은 덧붙였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