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수 브랜드의 3요소

(1) 새시장 개척
(2) 품질에 충실
(3) 끝없는 혁신

'신라면,칠성사이다,초코파이,다시다,빈폴,설화수….'

수십년간 소비자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아온 국내 대표 장수 브랜드들이다. 장수 브랜드는 저마다 히트상품을 꿈꾸며 하루에도 수천 · 수만종의 신상품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그렇다면 어떤 상품들이 장수 브랜드 반열에 오르는 것일까.

그 비결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용기있는 자가 미인을 얻듯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점을 들 수 있다. 국내 참치 브랜드의 대명사인 '동원참치'는 1982년 12월에 출시돼 7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30년 가까이 참치캔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파워 브랜드다. 그 성공의 이면에는 미지의 시장을 연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혜안이 있었다.

김 회장은 참치캔이 1인당 국민소득 2000달러가 넘는 국가에서 주로 팔린다는 것을 파악,한국인의 1인당 소득이 1800달러대였던 당시 제품 출시를 결정했다. 통조림 하면 기껏해야 꽁치통조림만 알던 당시,참치캔은 새로운 고급 식품으로 급부상했다. 동원참치는 시장을 선구적으로 개척한 덕에 연간 2억개 이상 팔리는 빅히트 상품이 됐다.

섬유유연제의 대표 브랜드 '피죤'도 시장 개척의 공로자다. 이윤재 ㈜피죤 회장의 주도로 제품이 탄생한 때가 1978년.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섬유유연제와 샴푸를 혼동해 피죤을 머리 감는 데 쓰는 것으로 알 정도였다. 소비자들에게 제품 기능을 인식시키는 데는 7년간 1t 트럭 1200대분의 샘플 제품을 배포한 노력이 숨어 있다.

둘째,장수 브랜드들은 '품질'이라는 제품의 핵심에 가장 충실한 상품이다. 오리온 '초코파이'가 '국민 간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데는 맛을 향한 남다른 집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리온 기술팀은 맛을 잘 식별하기 위해 담배를 끊고,일부러 아침도 굶고 출근했다. 또 지방산을 없애고 콜라겐을 첨가하는 등 소비자의 입맛 변화에 맞춘 부단한 품질 개선작업이 뒷받침된 것이다.

연간 5000억원 이상을 판매하는 메가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 '설화수'의 성공 스토리를 얘기할 때도 품질력을 빼놓을 수 없다. 인삼으로 유명한 개성 출신의 창업자 고(故) 서성환 회장이 1960년대에 가장 한국적인 제품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취지에서 개발에 나선 것이 제품 탄생 모티브다. 설화수는 2만가지 한방성분 중 30가지를 엄선,100% 고급 국내산만 사용한다. 지금까지 단 한 번의 TV광고 없이 브랜드 파워를 쌓을 수 있었던 원동력도 품질력에 기인한다.

셋째,장수 브랜드들은 그저 오랜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장수'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은 아니다. 지속적인 혁신 과정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늘 신선한 매력을 준 것이 브랜드의 생명력을 유지해준 비결이다. 올해 72돌을 맞은 서울우유가 걸어온 과정은 업계 발전을 선도하는 '혁신'의 역사다. 유업계 최초로 유통 전 과정에 냉장설비를 이용한 '콜드체인 시스템'을 도입한 것을 비롯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 △'1급A 우유' 출시 △유통기한과 함께 제조일자 표시 등은 모두 서울우유가 업계 최초로 시행한 것이다. 이 같은 지속적인 변화 노력에 힘입어 서울우유는 국내 우유시장의 44%를 점유하고 있다.

'세계에서 폴로를 제친 유일한 토종 브랜드'라는 찬사를 얻고 있는 제일모직 '빈폴'도 지난 20년간 혁신에 혁신을 거듭했다. 콧대 높은 글로벌 브랜드에 맞서기 위해 노세일 정책과 함께 철저한 애프터서비스를 통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브랜드 경영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다. 2000년대 들어서는 한층 두터운 고객층 확보를 위해 총 6개의 서브 브랜드를 갖춘 패밀리 브랜드로 성장하면서 론칭 첫해 6억원이었던 매출이 4000억원대로 급성장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