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을 위해서라면 이름도, 등번호도 바꿀 수 있죠"

제 철을 맞은 프로농구 무대에서 등번호는 물론 이름을 바꾸는 선수들이 적지 않아 눈길을 끈다.

여자 프로농구 신한은행의 김채원(23)은 지난 시즌까지는 김세롱이란 이름을 달고 삼성생명에서 뛰었다.

그러나 올 시즌 신한은행으로 트레이드된 뒤 이름을 김채원으로 바꿨다.

개명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스타들이 많아 `레알 신한'이라 불리는 팀에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각오가 담겨 있을 것으로 구단은 보고 있다.

지난해 5월 삼성생명에서 신한은행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센터 박채정(24)은 지난 시즌까지는 이름이 박연주였다.

`얼짱' 슈터로 잘 알려진 팀 동료 김연주와 이름이 같아서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개명 이유로 알려졌지만, 지난 시즌보다 더 나은 활약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농구판에서 `개명 바람'은 몇 년 전부터 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신한은행에서 삼성생명으로 자리를 옮긴 선수민(31)은 2007-2008 시즌까지 `선수진'이란 이름을 유니폼에 새기고 뛰었던 선수다.

지난해 7월께 정식으로 개명 절차를 밟아 '수민'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서른 살이 되면서 어릴 적 불리던 수민으로 바꾸는 게 좋다는 주위의 권고를 받아들인 결과다.

선수민은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17분 가량을 뛰면서 4.4점을 기록했지만, 올 시즌 팀을 옮긴 이후에는 세 경기에서 평균 35분을 뛰면서 매 경기 14점을 넣으며 진가를 과시하고 있다.

개명의 효과가 1년 뒤에 나타난 셈이다.

여자농구 우리은행에서 뛰었던 포워드 박연수와 임소흔도 2007-2008 시즌을 앞두고 본명인 박인애와 임효진에서 나란히 이름을 바꾸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그러나 이런 각오에도 불구하고, 두 명은 모두 이 시즌을 끝으로 농구 코트를 떠났다.

남자 프로농구에서도 서울 삼성의 이상민이 2001년에 정식 개명 절차를 밟아 `민첩할 민(敏)'을 `온화할 민(旼)'으로 바꾼 예가 있다.

팀과 자신의 발전을 위해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등번호를 바꾼 경우도 있다.

프로선수에게 등번호는 자신을 나타내는 상징적 존재. NBA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마이클 조던의 등번호 `23'은 농구 마니아들의 뇌리에 깊숙이 박힌 숫자다.

국내 최고선수 중 한 명인 원주 동부의 김주성은 시즌을 앞두고 자신이 대학시절부터 사용하던 32번을 내려놓고, 새로운 번호 5번을 달았다.

5번은 올 시즌 코치에서 사령탑으로 승격한 강동희 감독이 선수 시절 달던 번호다.

새 감독 아래에서 또 다시 우승 트로피를 안아 들겠다는 각오가 담겨 있다는 평가다.

지난 시즌 전주 KCC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힘을 보탰던 가드 강병현도 팀에서 달았던 3번을 귀화 혼혈선수 전태풍에게 물려줬다.

그 대신 자신은 1번을 유니폼에 새겼다.

1번은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동경하던 미국 NBA의 장신 가드 앤퍼니 하더웨이의 등번호다.

이름을 바꾸건, 등번호를 바꾸건 목표는 하나다.

바로 팀의 우승과 자신의 보다 나은 활약이다.

이들의 굳은 각오가 어떤 열매를 맺을지 관심을 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