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실세로 통하는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19일 `국회 신고식'을 치렀다.

이 위원장은 이날 지난해 18대 총선에서 지역구인 은평을에서 낙선한 뒤 1년5개월여 만에 정무위 국정감사의 피감기관장으로서 국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이 위원장이 최근 정치적 행보를 보인다고 호되게 질책했지만 이 위원장이 자세를 한껏 낮춘 덕분에 별다른 공방은 빚어지지 않았다.

과거 거침없는 화법으로 정치권에 논란을 자주 일으켰던 때와 달리 이날 야당 의원들을 상대로는 언성을 높이지 않으면서 비교적 무난하게 국정감사를 치렀다는 평가다.

그는 첫 질의자인 민주당 박선숙 의원이 "스스로 이 정권의 실세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렇지 않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고선 국정감사 내내 의원들의 잇단 지적에 "미흡한 점이 있다", "명심하도록 노력하겠다", "맞는 말이다" 등 침착한 발언으로 대응했고, 야당 의원들도 길게 말꼬리를 잡지 않았다.

특히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이 이 위원장을 `소통령', `대통령급 위원장'으로 비유하면서 거칠게 공격했지만 "의원님이 지적하신 뜻을 잘 새겨듣겠다"고 몸을 낮췄다.

이 위원장은 다소 까다로운 질문에 재치있게 대답하는 여유를 보였고 때로는 즉답을 피하기도 했다.

그는 공직자들에게 5천원 미만의 식사를 하라고 한 것이 음식가격을 고려할 때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5천원 내외의 식사를 파는 곳이 서민식당이고 서민식당을 이용하라는 말을 하기 위해 그렇게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의 의원직 상실시 내년 은평 재보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고 현역 국회의원이 계시는데 서둘러서 얘기한다는 것도 도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현안에는 소신 있는 태도를 고수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최근 경인운하 건설현장에서 차질없는 사업 추진을 강조한 것이 월권이라는 지적에는 "권익위원장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라고 맞섰다.

또 민주당 신학용 의원이 "300만원 짜리 자전거를 타고 있는 것은 서민에 맞지 않다"고 지적하자 "10년 전 구입 당시 20여 만원이었고 자전거를 잘 타는 서민들은 그 정도 자전거는 탄다"고 반박했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