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 명산' 포천 명성산] 억새, 은빛 물결을 따라 하얀 추억을 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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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은빛 별세계가 펼쳐졌다. 하늘은 새파랗고,그 아래 산정의 완만한 비탈은 온통 새하얀 억새밭이다. 유난히 키가 큰 억새 무리가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며 이리저리 튕겨내는 은빛 빛방울이 그렇게 찬연할 수 없다. 갓 떠오른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물비늘을 보는 듯하다고나 할까. 그것 하나 만으로도 두 시간가량의 팍팍한 산행길에 기꺼이 오를 만하다.
#수도권의 억새 명산
포천 명성산(923m)을 향한다. 수도권 최고의 억새 명산이다. 억새군락만으로 치면 전국 5대 명산으로 꼽힌다. 산정호수 풍광과 함께 계곡의 단풍까지 즐길 수 있는 당일치기 가을 나들이 코스로 안성맞춤인 곳이다.
명성산은 한자로 울 명(鳴),소리 성(聲), 즉 '울음산'이다. 그런 이름이 붙은 데는 사연이 있다. 철원에 도읍을 정하고 미륵불을 자칭하며 학정을 일삼던 궁예가 반란을 일으킨 왕건에게 쫓기다가 이 산에 이르러 크게 통곡했다거나,궁예의 죽음을 보고 산이 통곡했다는 전설이 전한다. 또 신라 마의태자가 망국의 한을 품고 이 지역을 지나 금강산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본 산이 소리없이 울었다는 얘기도 전해 내려온다. 그래서인지 명성산의 억새 풍광은 조금은 처연한 느낌이 든다.
명성산 억새 산행은 산정호수 쪽 비선폭포에서 시작,등룡폭포~약수터를 지나 정상 부근의 억새군락을 보고 돌아오는 왕복 8㎞ 4시간짜리 코스를 따르는 게 보통이다. '등산로가든'이란 식당이 있는 길로 접어들면 비선폭포가 나온다. 계곡의 거대한 바위를 미끄러지는 듯 흘러내리는 폭포인데 가물어서인지 물이 많지도 맑지도 않은 게 흠이다. 비선폭포 위로 여우봉으로 가는 갈림길과 장승이 지키고 있는 지압로가 나온다. 지압로를 넘으면서부터 본격적인 억새 산행길이 이어진다. 길에는 큰 돌이 깔려 있는데 가지런하지 않은 편이어서 걷는데 조금 불편하다.
#빨간 단풍과 은빛 억새
계곡의 물소리는 내내 이어지지만 흙먼지가 많이 이는 편이다. 어느 구간에서는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다. 다만 계곡 구석구석을 빨갛고 노랗게 물들이는 단풍이 마음을 빼앗는다. 산행로의 절반쯤인 등룡폭포가 웅장하다. 물이 이중으로 굽이쳐 이중폭포,쌍용폭포라고도 하는데 폭포수가 일으키는 물안개를 따라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폭포를 잘 구경할 수 있도록 관람데크도 설치해 놓았다.
등룡폭포에서 억새밭까지는 1.2㎞.왼쪽으로 빠져 오르는 '험한길'이 아닌 편한 길을 따른다. 폭포 위 거대한 바위를 가로질러 오르는 길은 그러나 제법 가파르다. 톡 쏘는 이동 막걸리 한 잔과 '아이스께끼' 생각이 간절해질 즈음 약수터가 나온다. 약수터에서 억새밭이 시작되는 곳까지 500m만 더 가면 되니 거의 다 온 셈이다. 약수 한 바가지에 힘이 솟는다.
그리고 펼쳐지는 억새밭이 장관이다. 전방의 오르막 비탈이 어른 키보다 큰 억새로 가득하다.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며 내는 소리는 스산하지만 솜털 부위에 부딪쳐 하얗게 부서지는 햇살 만큼은 그렇게 찬란할 수 없다. 로프로 통행로를 만들어 놓았는데 연인끼리라면 슬쩍 옆으로 숨어도 모르겠다.
포천=글 사진 김재일기자 kjil@hankyung.com
■ 여행 TIP
서울에서 동부간선도로~의정부~43번 국도를 따라 직진~포천읍~신북~38선 휴게소~운천제1교차로 우회전~78번 지방도~한화리조트 앞 공용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정호수 산책로를 따라 올라간다. 한화리조트(1588-2299)에서 산정호수 표지판을 보고 더 가면 경기도예절교육원을 지나 길 왼편에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장 앞에 명성산 등산로 입구 표지판이 있다. 요즘에는 아침 일찍 주차장이 꽉 차 길 오른쪽에 일렬주차한다.
38선 휴게소를 지나 영평천을 오른쪽에 끼고 들어가는 파주골 순두부촌의 순두부가 먹을 만하다. 원조파주골토박이순두부(031-532-6588) 등 대여섯 집이 있다. 비벼 먹을 수 있는 보리밥과 10여 가지의 나물이 따라 나온다. 1인당 6000원.포천에서 이동갈비촌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산정호수에서 78번 지방도를 타고 여우고개를 넘어 서울 방향 47번 국도를 따라 내려가면 이동면 장암4리로 들어가는 이동갈비촌 표지판이 보인다.
원조이동김미자할머니갈비(031-531-4459) 등 갈비집이 길가에 늘어서 있다. 호주산,미국산 갈비를 판다. 1인분 양념갈비(호주산) 400g,생갈비(미국산) 300g에 각각 2만4000원.이동막걸리 한 잔도 산행 뒤의 갈증을 풀어준다. 포천시청 문화체육관광과 (031)538-3106,산정호수관광지부 (031)532-6135
#수도권의 억새 명산
포천 명성산(923m)을 향한다. 수도권 최고의 억새 명산이다. 억새군락만으로 치면 전국 5대 명산으로 꼽힌다. 산정호수 풍광과 함께 계곡의 단풍까지 즐길 수 있는 당일치기 가을 나들이 코스로 안성맞춤인 곳이다.
명성산은 한자로 울 명(鳴),소리 성(聲), 즉 '울음산'이다. 그런 이름이 붙은 데는 사연이 있다. 철원에 도읍을 정하고 미륵불을 자칭하며 학정을 일삼던 궁예가 반란을 일으킨 왕건에게 쫓기다가 이 산에 이르러 크게 통곡했다거나,궁예의 죽음을 보고 산이 통곡했다는 전설이 전한다. 또 신라 마의태자가 망국의 한을 품고 이 지역을 지나 금강산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본 산이 소리없이 울었다는 얘기도 전해 내려온다. 그래서인지 명성산의 억새 풍광은 조금은 처연한 느낌이 든다.
명성산 억새 산행은 산정호수 쪽 비선폭포에서 시작,등룡폭포~약수터를 지나 정상 부근의 억새군락을 보고 돌아오는 왕복 8㎞ 4시간짜리 코스를 따르는 게 보통이다. '등산로가든'이란 식당이 있는 길로 접어들면 비선폭포가 나온다. 계곡의 거대한 바위를 미끄러지는 듯 흘러내리는 폭포인데 가물어서인지 물이 많지도 맑지도 않은 게 흠이다. 비선폭포 위로 여우봉으로 가는 갈림길과 장승이 지키고 있는 지압로가 나온다. 지압로를 넘으면서부터 본격적인 억새 산행길이 이어진다. 길에는 큰 돌이 깔려 있는데 가지런하지 않은 편이어서 걷는데 조금 불편하다.
#빨간 단풍과 은빛 억새
계곡의 물소리는 내내 이어지지만 흙먼지가 많이 이는 편이다. 어느 구간에서는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다. 다만 계곡 구석구석을 빨갛고 노랗게 물들이는 단풍이 마음을 빼앗는다. 산행로의 절반쯤인 등룡폭포가 웅장하다. 물이 이중으로 굽이쳐 이중폭포,쌍용폭포라고도 하는데 폭포수가 일으키는 물안개를 따라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폭포를 잘 구경할 수 있도록 관람데크도 설치해 놓았다.
등룡폭포에서 억새밭까지는 1.2㎞.왼쪽으로 빠져 오르는 '험한길'이 아닌 편한 길을 따른다. 폭포 위 거대한 바위를 가로질러 오르는 길은 그러나 제법 가파르다. 톡 쏘는 이동 막걸리 한 잔과 '아이스께끼' 생각이 간절해질 즈음 약수터가 나온다. 약수터에서 억새밭이 시작되는 곳까지 500m만 더 가면 되니 거의 다 온 셈이다. 약수 한 바가지에 힘이 솟는다.
그리고 펼쳐지는 억새밭이 장관이다. 전방의 오르막 비탈이 어른 키보다 큰 억새로 가득하다.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며 내는 소리는 스산하지만 솜털 부위에 부딪쳐 하얗게 부서지는 햇살 만큼은 그렇게 찬란할 수 없다. 로프로 통행로를 만들어 놓았는데 연인끼리라면 슬쩍 옆으로 숨어도 모르겠다.
포천=글 사진 김재일기자 kjil@hankyung.com
■ 여행 TIP
서울에서 동부간선도로~의정부~43번 국도를 따라 직진~포천읍~신북~38선 휴게소~운천제1교차로 우회전~78번 지방도~한화리조트 앞 공용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정호수 산책로를 따라 올라간다. 한화리조트(1588-2299)에서 산정호수 표지판을 보고 더 가면 경기도예절교육원을 지나 길 왼편에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장 앞에 명성산 등산로 입구 표지판이 있다. 요즘에는 아침 일찍 주차장이 꽉 차 길 오른쪽에 일렬주차한다.
38선 휴게소를 지나 영평천을 오른쪽에 끼고 들어가는 파주골 순두부촌의 순두부가 먹을 만하다. 원조파주골토박이순두부(031-532-6588) 등 대여섯 집이 있다. 비벼 먹을 수 있는 보리밥과 10여 가지의 나물이 따라 나온다. 1인당 6000원.포천에서 이동갈비촌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산정호수에서 78번 지방도를 타고 여우고개를 넘어 서울 방향 47번 국도를 따라 내려가면 이동면 장암4리로 들어가는 이동갈비촌 표지판이 보인다.
원조이동김미자할머니갈비(031-531-4459) 등 갈비집이 길가에 늘어서 있다. 호주산,미국산 갈비를 판다. 1인분 양념갈비(호주산) 400g,생갈비(미국산) 300g에 각각 2만4000원.이동막걸리 한 잔도 산행 뒤의 갈증을 풀어준다. 포천시청 문화체육관광과 (031)538-3106,산정호수관광지부 (031)532-6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