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가격이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는데도 하이닉스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을 도무지 납득할 수 없습니다"

하이닉스를 분석하고 있는 증권사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뿔났다.

그 어느때보다 반도체 시황이 낙관적이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3분기 실적호전과 주가상승 전망을 예상했지만 효성 단독 인수추진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이 같은 전망이 무용지물이 돼고 있기 때문이다.

◆ "주가 정상화 된다, 하지만 언제가 될 지..."

김장열 현대증권 연구원은 28일 "1기가 DDR2 D램 현물가격이 2달러를 돌파, 지난 1주일 간 15%이상 상승했는데 하이닉스 주가는 최근 고점 대비 15% 추락했다"면서 "이는 뭔가 잘못된 것으로 모두 효성과 관련된 이해집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이닉스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매우 좋고 내달 23일 발표 예정인 3분기 영업이익도 현대증권 예상치 2400억을 웃돌 가능성이 높다는 것.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이 5000억원도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김 연구원은 "업황이 공급초과 붕괴 임박이 아니라 오히려 앞으로 1∼2년 호황사이클 선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하이닉스 주가가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선 것이 아니라면 주가순자산비율(PBR) 2배 이하인 2만원대 전후 거래는 전혀 펀더멘탈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D램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 수준을 회복했고 당시 하이닉스 주가는 2만4000원에서 3만원대였다"면서 "지난해 하반기 공급초과와 급격한 수요 붕괴로 하락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지금은 반대로 상승세가 진행 중인 만큼 최고점의 2.5배 전후의 주가 형성 기대는 전혀 무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하이닉스를 누가 인수하든지 앞으로 1∼2년 간 사업전략의 기본 틀과 방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희박하다"면서 "따라서 주가는 결국 정상화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예측이 거의 불가능한 점이 유감"이라고 말했다.

◆ "정치적 음모론적 시각 이해안돼"

신영증권은 이날 하이닉스에 대해 최근 주가하락은 효성의 단독 인수추진 보다는 이를 둘러싼 정치적 음모론적 시각때문이라며 앞으로 주가 불확실성은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 25일 하이닉스 주가가 급락한 것은 인수 절차와 과정 등을 무시한 각종 추측과 루머 등이 난무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무책임한 정보의 홍수로 애꿎은 투자자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걸러지지 않은 미확인 루머들이 나도는 것은 이번 효성의 입찰 참여를 정치적인 음모론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이들이 많기 때문으로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이번 음모론은 효성 조석래 회장의 동생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셋째 사위라는 사실에서 시작된다"면서 "효성의 하이닉스 인수는 이미 정치적으로 결정난 사항이어서 주간사와 매각가격이 정해졌다는 황당한 얘기들이 그럴 듯 하게 퍼저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음모론적인 시각은 앞뒤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근거없는 상상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면서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이 연초부터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은 마당에 이번에 또다시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다면 이는 엄청난 정치적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먼저 인수가격이 3조원으로 정해져 주당 인수 가격이 1만8000원 내외가 될 것이라는 루머에 대해 "채권단 측에서 디스카운트 매각에 대해 강력 부인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주가가 짧은 시간에 큰 폭으로 하락, 많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는 점에서 의도가 의심스러운 악성 루머"라고 말했다.

효성이 2조원을 재무적 투자자들로 차입한 뒤 내년 하이닉스 이익으로 이를 갚고도 남을 것이란 보도나 효성이 블랙스톤 등 해외 대형 사모펀드에 '러브콜'을 보내 인수자금을 조달할 방침이라는 얘기도 실현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어떤 대주주가 자신의 차입금을 갚기 위해 투자한 회사의 현금에 손을 댈 수 있는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면서 "블랙스톤이나 KKR 등 해외 사모펀드들도 이미 반도체 업체에 투자했다 쓴 맛을 본 경험이 있어 반도체 업체에 또다시 투자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확실한 것은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는 사실뿐"이라며 "하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시장에 쏟아지고 있는 많은 정보들로 인해 주가 변동성 이 커진 만큼 견조한 펀더멘털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하이닉스의 주가 리스크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 24분 현재 하이닉스는 강보합세를 유지하며 나흘만에 상승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