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통신사 직원, 접속료 노려 허위통화 사기

과거 수차례 서울시내 휴대전화망을 마비시킨 '유령콜(Ghost Call)' 현상을 일으킨 장본인은 돈에 눈이 먼 대기업 유선통신사 직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따르면 LG데이콤의 기업영업 담당 차장 S(39)씨는 휴대전화를 유료ARS(전화자동응답서비스)에 착신해 허위 통화를 하면 거액의 접속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평소 알던 G(35)씨 등 통신업자 3명을 꼬드겨 2007년 10월 M사 등 LG데이콤의 회선을 쓰는 ARS업체 5곳을 만들게 했다.

이들은 이어 친척과 지인 등 이름으로 휴대전화 360대를 개설해 ARS전화에 착신시키고 90일 동안 특정 번호와 무료 통화를 할 수 있는 커플 요금제에 가입,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써 해당 기간에 단말기들이 가짜로 24시간 통화하게 만들었다.

또 휴대전화의 다자간 통화(회의) 기능으로 단말기 1대가 최대 6대와 대화하게 해 허위 통화량을 '뻥튀기'하는 수법까지 쓴 것으로 드러났다.

수백대의 휴대전화가 이렇게 무차별로 유령콜을 쏟아내자 이동통신 네트워크엔 이유 모를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2007년 11월∼12월 서울 중구와 강남구, 송파구 등지에선 10여 분씩 전체 통화의 절반가량이 끊기는 장애가 4차례나 일어났다.

시민들이 애꿎은 이통사에 불만을 터뜨리는 사이 S씨와 G씨 등은 희희낙락했다.

LG데이콤은 유령콜이 생길 때마다 이통사한테 분당 35∼38원의 접속료를 받아 M사 등 ARS업체들과 일정 비율로 나눠 가졌다.

LG데이콤과 ARS업체들이 이처럼 2007년 10월부터 5개월 동안 올린 부당이익은 각각 14억원과 12억원에 달했고, S씨는 M사 1곳에서만 수수료 명목으로 2천만원을 챙기고 1천200여만원의 향응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통사의 무료 통화를 이용한 덕에 S씨 측이 내야 했던 한달 비용은 휴대전화 1대당 기본요금인 2만2천원 가량에 불과했다.

이들은 이통사가 '수상한 통화가 너무 많다'며 LG데이콤 측에 항의하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S씨와 G씨, 유령콜 프로그램을 만든 전산 기술자 K(36)씨를 구속하고 다른 ARS업체 사장 2명의 행방을 쫓고 있다.

이와 관련해 LG데이콤 관계자는 "문제의 ARS업체들은 '이상한 콜'이 생성된다는 것을 알고 2008년 2월 바로 계약을 해지했다"며 "내부 직원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점은 지금까지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