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산가족 상봉 경주 윤현수씨

"북에 두고 온 두 동생을 만나려고 했는데 죽었다니 마음이 많이 괴롭습니다."

경북 경주에 사는 윤현수(80)씨는 17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전쟁 때 북에 남겨 둔 동생들을 만나기 위해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했는데 동생 둘이 죽었다는 소식이 왔다"며 목이 메는 듯했다.

윤씨는 "처음엔 낙심했는데 그래도 제수씨와 동생의 핏줄인 조카가 나온다니 조카라도 만날 수 있어 설레고 며칠째 잠을 못자고 있다"고 말했다.

윤씨는 20살이던 1.4후퇴 때 잠시 피신한다는 생각으로 부모님과 할머니, 형님, 누나, 2명의 동생을 모두 남겨 두고 혼자 강원도 연천군 세재마을의 집을 떠났다.

"집을 나오면서 며칠 내로 금방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동생들을 영원히 보지 못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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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는 찬바람이 불 때는 동생들 생각에 자면서 다리도 뻗지 못했고 밥도 넘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명절에는 가족들이 고향을 오고 벌초가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절로 날 정도로 남쪽으로 내려온 이후 줄곧 동생들이 편안하기만을 기원했다.

그는 "혼자 집을 떠나온 지 1년이 지나서 누님이 미군 차량을 타고 남쪽으로 내려왔고 형님은 인민군으로 전쟁에 참전했다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수용된 뒤 남쪽에 남았지만 모두 돌아가셨다"면서 "동생들이 꼭 살아있기를 기원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아직 제수씨와 조카의 이름도 모른다는 그는 "4남매의 자식과 함께 조카를 만나고 싶은데 몇명이나 같이 갈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하기도 했다.

윤씨는 경주에서 나무 장사와 제재소를 하며 4남매를 키웠다고 한다.

그는 "어린 동생들을 두고 와 널 미안했고 살아있기만을 바랐다"면서 "이전에 2번이나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했는데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번에 제수씨와 조카라도 만나볼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경주연합뉴스) 이승형 기자 har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