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주택 분양가격이 민간 건설사들의 분양가를 낮추는 압력 역할을 하고 있다.

16일 주택건설업계에 따르면 보금자리주택이 서울과 수도권 요지에 주변 시세의 50~70%인 '반값 아파트'로 공급될 것으로 발표되자 민간 건설사들이 분양가 산정에 고심하고 있다. 올 가을 경기도 광교신도시에서 분양을 추진하고 있는 모 건설사는 최근 분양가를 당초 계획보다 내리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3.3㎡당 1400만원대 중반으로 책정하려했던 분양가를 1300만원대 후반까지 낮추기로 했다.

주택건설업계 관계자는 "상반기에 진행된 신규분양단지들이 성공을 거두면서 분양가를 당초 예정했던 것보다 높이려고 했으나 비슷한 시기에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이 진행될 것으로 발표되면서 가격을 하향 조정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면서 "광교신도시보다 입지가 좋은 우면지구 세곡지구 등에서 1000만원대 초반으로 신규 아파트가 공급될 것이라서 건설사들이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민간 건설사들은 택지비 등 원가에서 개발제한구역 내에 공급되는 보금자리주택을 따라잡을 수는 없지만 금융비용 등 다른 원가를 절감해 분양가를 낮추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상반기에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쳤던 지역에서 강하다. 인천 청라지구의 경우 상반기에 3.3㎡당 1100만원대에 공급된 중대형 아파트들이 성공을 거두면서 하반기에 분양을 준비하는 업체들은 1200만원대까지 분양가를 올리는 것을 검토했으나,지난달 말 보금자리주택 분양 계획 발표로 이 같은 계획을 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반기 첫 분양을 앞둔 경기도 고양 삼송지구에서도 건설사들은 인근에 위치한 보금자리주택지구인 고양 원흥지구의 '눈치'를 보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가까운 은평뉴타운의 분양가가 3.3㎡당 1500만원에 이르렀지만 삼송지구에서는 1100만~1200만원 사이에 결정될 전망"이라며 "원흥 지구 보금자리주택이 3.3㎡당 850만원에 공급되는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