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교포 김모씨(52)는 넉 달 전 고심 끝에 한국에 들어와 양측 무릎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다. 5년 전부터 무릎 관절염으로 다리를 절뚝거렸고 계단을 오르내리기조차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해 밤잠을 설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하지만 식당일 때문에 쉽사리 수술을 결정하지 못하고 진통제로만 버텨왔던 김씨는 한국에 사는 조카 권유로 최근 수원의 이춘택병원을 찾았다.

김씨는 X-레이 촬영 결과 양 무릎 모두에서 관절염 증상이 심했다. 특히 양 무릎 바깥쪽은 괜찮으나 안쪽이 거의 닳아 안짱다리가 된 내반변형관절 상태였다. 재차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보니 전후방 십자인대가 비교적 잘 보존돼 있어 무릎 전체를 인공관절로 교체하는 전(全)치환술보다는 손상된 안쪽만을 인공관절로 교체하는 반(半)치환술이 적합한 것으로 판명됐다.

이에 따라 병원 측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로봇을 이용한 반치환술 방법으로 최소침습수술(MIS)을 적용,90분 만에 시술을 끝냈다. 김씨는 수술 후 불과 두 시간 만에 걷게 됐다. 수술 후 열흘 째 되는 날 퇴원한 김씨는 현재 보행에 전혀 지장이 없는 상태다.

이춘택병원은 2002년 10월 말 로보닥(Robodac)이라 불리는 수술로봇을 국내 처음으로 도입해 MIS를 시행해왔다. 기존 수술이 의사의 경험이나 숙련도에 따라 수술의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데 반해 로봇수술은 0.1㎜ 이내의 오차를 보이기 때문에 정밀도가 높고 정확성이 뛰어나다. 수술 부위에만 정확하게 접근하고 나머지 부위는 건드리지 않는다.

김씨의 경우는 전후방십자인대를 모두 남김으로써 빠른 회복이 가능했고 수술 후 운동 범위도 거의 정상에 가깝게 만들 수 있었다. MIS의 절개 길이는 평균 8㎝로 기존 수술(15~20㎝) 보다 짧게 짼다. 이 때문에 출혈이나 통증이 적다. 또 근육 및 중요한 연부조직의 손상이 현저히 줄어들어 수술 후 회복이 빠르고 재활기간도 길어야 2주 정도다.

기존 전치환술은 수술 후 3~6개월이 지나야 일상활동을 할 수 있었지만 로봇MIS는 1개월 만 지나도 상당한 회복을 보이며 약 2개월 뒤에는 슬관절 점수가 대개 90점으로 회복돼 일상생활에 별 지장이 없다. 치료비용은 한쪽 무릎에 250만~280만원 정도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병원 이춘택 원장은 "아무리 수술 경험이 풍부한 의사라 할지라도 컴퓨터로 설계된 수술계획대로 움직이는 로봇의 정밀성을 따라갈 수는 없다"며 "3년 전부터는 원반형 커터의 지름을 7.8㎜에서 2.3㎜로 줄여 로봇이 좁은 공간에서 더 정교하게 움직이고 피부도 적게 절개할 수 있도록 개량했다"고 소개했다.

로봇MIS는 환자에게 알맞은 크기의 인공관절을 선택하는데 유리하고 혹시라도 수술이 잘못될 경우에 대비해 사전 시뮬레이션을 시행한 후 수정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춘택병원은 지금까지 4000명 이상의 환자에게 로봇시술을 해왔다. 국내에서는 강동가톨릭병원,화순전남대병원,경희대동서신의학병원,울산병원,연세SK병원에서도 로봇 관절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춘택병원은 독자 개발한 방법으로 수술해 더 적게 째고 짧은 시간에 회복돼 환자의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다.

엉덩이 관절(고관절)에 대한 인공관절 이식술도 젊고 활동적인 환자에게는 기존 전치환술 대신 대퇴 골두의 표면만을 교체하는 표면치환술을 시행해 회복이 빠르고 부작용이 적다고 설명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