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가 분양가 이하로 내려갈 때는 난리를 치더니 지금은 거꾸로 됐어요. "(S건설 관계자)

시행사와 시공사에 갖가지 민원을 제기하던 일부 아파트단지 계약자의 태도가 최근 주택시장이 호전되자 돌변했다. 분양원가 내역 공개,분양가 할인 등을 요구하며 단체행동까지 벌이다가 최근에는 시공사를 '상전 모시듯이' 떠받들고 있다.

내년 5월 입주를 앞둔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동천 래미안'.이 단지 계약자들은 주택경기 침체로 분양권 가격이 떨어지자 지난해 여름부터 올초까지 10개월 가까이 분양가 할인을 요구해왔다.

2007년 9월 평균 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분양된 것과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일부 계약자들은 1억원에 가까운 위약금을 물고 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이런 계약자의 태도가 180도 바뀐 것은 올해 3월,분양권에 조금씩 프리미엄이 붙으면서부터다. 심지어 1억원의 위약금을 물고 181㎡형(55평형)을 해약했던 계약자모임 대표 A씨는 같은 단지 238㎡형(72평형)의 분양권을 매입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건설 본사 앞에서 시위를 이끌었던 A씨의 태도 변화에 대해 삼성건설 관계자는 "내가 봐도 명품 아파트가 될 거 같아 1억원의 위약금을 그냥 날리고 다시 계약했다고 말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모임의 다른 계약자들도 지난달 2마리 분의 돼지고기와 맥주를 들고 시공 현장을 방문,직원들을 격려하고 떡을 돌리기도 했다. 전용면적 85㎡를 기준으로 분양가 대비 5000만원 이상 떨어졌던 분양권에 최근에는 5000만~1억원까지 프리미엄(호가 기준)이 붙었다.

인천 송도에서도 비슷하다. 포스코건설이 지난 5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더 샾 하버뷰Ⅱ'를 분양하자 '하버뷰Ⅰ'단지 계약자들이 인천 경제자유구역청 등지로 몰려가 시위를 벌였었다. 이들은 200㎡형을 기준으로 하버뷰Ⅱ의 분양가가 종전 분양가격보다 1억8300만원까지 낮은 점을 문제삼아 포스코건설에 분양원가 공개와 부당이득 반환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하버뷰Ⅱ가 최고 133.7 대 1의 높은 경쟁률로 청약 접수를 마치면서 하버뷰Ⅰ 분양권에도 동시에 프리미엄이 붙자 조용해졌다.

집값이 떨어지던 지난해 하반기만 하더라도 입주민들이 잔금 납부 부담을 이유로 준공을 지연시켜줄 것을 요구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조기 입주를 간청하고 있다. 전매를 할 수 있게 된데다 이자비용도 줄일 수 있어서다.

올 연말 입주할 예정이었던 '광명 두산위브 트레지움(하안주공 2단지 재건축)'은 11월 중순으로 입주 시점을 앞당겼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