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부가 인도와 정식으로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을 맺는다.

외교통상부는 오는 7일 서울에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아난드 샤르마 인도 상공장관이 한국과 인도간 CEPA 협정에 정식으로 서명할 예정이라고 6일 밝혔다.

CEPA는 실질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과 동일한 성격이다. 상품교역과 서비스교역, 투자, 경제협력 등 경제관계 전반을 포괄하는 내용을 강조하기 위해 채택된 용어다.

한국과 인도 양국은 지난 2006년 3월 협상을 시작, 지난해 9월 제12차 협상에서 CEPA 협정을 타결했다. 지난 2월 9일 인도 뉴델리에서 가서명된 이 협정안은 정식 서명과 국회 비준동의만을 남겨두고 있다.

정부는 오는 9월 정기국회에 CEPA 협정안을 제출, 국회 비준 동의를 거쳐 내년 1월 1일 발효를 추진할 예정이다. 인도 내에서는 더 이상의 절차가 필요치 않아 이번 정식 서명만으로 발효가 가능하다.

◆韓-인도 교역 영향은?

한-인도 CEPA가 발효되면 인도는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품목 및 수출액 85%의 관세를 철폐하거나 인하하게 된다. 여기에는 자동차 부품, 철강, 기계, 화학, 전자제품 등 우리나라의 대인도 '10대 수출품'이 모두 포함됐다.

또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108개 품목도 한국산으로 인정받아 관세 혜택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는 인도에서 수입되는 품목의 93%, 수입액 기준으로는 90%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거나 인하할 예정이다.

외교당국은 "양국 모두 민감하게 생각하는 농수산물 및 임산물 분야는 상호 낮은 수준에서 개방키로 합의해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인도의 높은 관세율을 감안하면 관세철폐 및 인하의 혜택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컬러TV(12.5%), 자동차부품(12.5%), 차량엔진(12.5%), 철강판(5~10%) 등 한국의 대인도 주요 수출품은 공산품 완제품으로 대부분 5~15%의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인도가 우리나라에 수출하는 품목은 나프타(1%), 대두유(1.8%), 적철광(1%), 유채(0%) 등 원자재에 집중돼 60% 정도가 무관세 또는 1~2% 대의 낮은 관세가 적용돼 왔다.

◆향후 전망은?

한-인도 CEPA는 서비스·투자 분야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통신, 건설, 유통(소매 제외), 광고, 오락문화, 운송서비스 및 사업서비스(회계, 건축, 부동산, 의료, 에너지 유통 등) 등의 분야에서 인도의 서비스 시장이 추가로 개방된다.

제조업 전반에 걸쳐서도 우리나라 기업의 인도 투자가 자유화된다. 한미 FTA에서와 같이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의 적용대상이 확대되는 등 투자 보호 수준도 높아지게 된다.

외교부는 "인도의 고도성장에 따라 증가세에 있는 양국간 교역 및 투자가 한-인도 CEPA 체결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디젤엔진, 철도용 기관차, 엘리베이터 등 향후 수출 잠재력이 큰 품목이 개방 대상에 포함되고, 대인도 투자 여건이 크게 개선됨에 따라 최근 연 20% 이상 증가해 온 대인도 수출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외교부는 기대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 협정의 체결은 11억5000만 인구와 구매력 기준 세계 4위의 국내총생산(GDP)을 자랑하는 인도의 거대한 시장을 경쟁국들에 한발 앞서 선점하는 기회를 잡게 되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며 "현재 일본과 유럽연합(EU)은 인도와 협상중이며, 중국은 인도와 공동연구 단계로 아직 협상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