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정거래위원회도 세계 각국의 공정경쟁법 규제 흐름 속에 있다. 각 제품의 시장에서 국내외 개념이 모호해지고 있는 데다 해외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도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면 당연히 조사해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들이 외국에서 조사받을 것에 대비해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금까지 3건의 국제 카르텔 사건을 처리했다. 과징금 액수가 가장 큰 사건은 동남아에 소재한 4개 종이 제조업체들이 2001년 2월부터 2004년 2월까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 태평양 지역에 수출하는 복사용지 판매가격을 담합한 행위였다. 금액은 총 38억원.

공정위는 또 석유를 저장시설에 옮길 때 쓰이는 마린호스를 둘러싼 국제 카르텔 혐의로 일본 및 유럽 6개 업체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5억5700만원을 지난 5월 부과했다. 반면 반도체 기억장치인 S램 담합 혐의로 한국 미국 일본 업체를 조사했지만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공정위는 카르텔 외에도 국내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를 한 외국 업체에 대해 엄격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난 23일 미국계 IT업체인 퀄컴에 세계 최초로 과징금을 물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과징금 규모도 2600억원으로 공정위 사상 최대다. 공정위는 퀄컴 이전에도 MS와 인텔에 각각 325억원,26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 카르텔 예방 교육과 적발시 대응 요령을 전파하고 있다. 2004년부터는 정책고객 이메일 서비스인 PCRM을 통해 1500여개의 사업자(단체)에 월별로 국내외 카르텔 법집행 동향을 알려주고 있다. 2006년부터는 매년 가을 국내외 카르텔 법집행 내용과 사례 분석 등을 포함한 설명회도 개최해 왔다. 공정위는 기업들에 "카르텔로 규정되는 기준과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는 만큼 오해를 살 만한 행위는 절대로 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특히 가격,판매량,거래지역 등 거래 조건은 경쟁사와 협의하지 말아야 하며 경쟁사 관계자들과는 사소한 친목 모임도 담합의 증거가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카르텔 행위로 적발당했을 때 해당 국가의 경쟁당국에 최대한 빨리,또 적극적으로 협조할수록 처벌 수위가 낮아진다"면서도 "하지만 지레 겁을 먹고 없는 사실을 무조건 실토하기보다는 피조사 기업의 권리,불복 절차,동의명령 제도 등 대응 매뉴얼을 적극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