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미분양 아파트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분양이 인근의 전세 시세까지 떨어뜨리는 일이 나타나고 있다. 분양에 실패한 아파트를 시공사들이 시세의 60~70%의 돈만 받고 전세로 임대하는 사례가 작년 말부터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공식 집계로만 미분양 아파트가 1만6000여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대구 지역이 단적인 예다.

21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구 달서구의 전셋값은 5.5% 떨어져 전국에서 전세 가격 하락폭이 가장 컸다. 서구가 -4.5%로 바로 뒤를 이었으며 수성구(-3.6% · 7위)와 달성군(-3.2% · 8위)도 전셋값이 크게 떨어졌다.

지역 공인중개사들과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원인을 미분양 아파트의 전세 전환에서 찾고 있다. 중소건설사들은 물론 삼성물산 건설부문,대림산업,롯데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까지 금리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미분양 물량을 전세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은 달서구 성당동에서 성당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물량 중 800채 정도를 전세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 역시 달서구 본리동에서 시공한 본리 롯데캐슬 아파트의 미분양 물량 80여채를 전세로 내놨다. 대구의 강남이라 불리는 수성구 범어동에서도 '래미안수성' 단지의 일부 미분양 아파트가 전세로 전환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비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건설사들이 임대를 서두르면서 시세보다 싸게 전세를 내놓는 경우가 많아 기존 전세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달서구의 한국공인 관계자는 "109㎡형이 지난해까지 시세가 1억원 정도였는데 건설사들은 미분양 아파트를 8500만원 정도에 임대하겠다고 내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건설사들은 이후 분양 과정에서 절차상의 번거로움이 있을 수 있다며 전세권 설정 등 세입자들의 요구에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많아 대신 전세가를 더 깎아주는 경우도 많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