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소 이유로 옥살이 연장 관행에 제동

피고인이 판결선고를 받기 전에 옥살이를 한 기간(미결 구금일수)을 모두 형기(刑期)에 포함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25일 신모씨가 판결선고 전 구속기간 가운데 일부만 형기에 산입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형법 조항(형법 제57조)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8(위헌):1(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법관이 임의로 미결 구금일수를 산정할 수 있도록 한 법률 조항에 제동을 건 것으로, 상소를 했다는 이유로 옥살이를 더 해야 하는 불합리 현상이 이번 결정을 계기로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씨는 2006년 4월 경남 창원의 노상에서 권모(37.여)씨를 위협해 금품을 빼앗고 강제추행하고서 흉기로 찌른 혐의(특수강도강간)로 구속돼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항소와 상고를 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이 과정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미결 구금일수 58일 가운데 28일, 상고심 재판부는 105일 가운데 100일만 포함하는 바람에 신씨는 35일을 더 교도소에서 지내야 하는 신세가 됐다.

재판부는 판결선고 전의 구금일수는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유기징역, 유기금고, 벌금이나 과료에 관한 유치 또는 구류에 산입한다고 규정한 형법 제57조를 근거로 구속기간을 임의로 결정한 것이다.

청구인은 형사재판에서 상소했다는 이유로 미결 구금일수 전부가 아닌 일부만 형기에 포함하는 것은 상소권을 제한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해당 법률 조항이 합리적이고 정당한 이유 없이 신체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미결 구금은 신체의 자유라는 중요한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미결 구금일수 가운데 일부가 산입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피고인의 상소 의사를 위축시키고 재판청구권이나 상소권 행사를 저해한다"고 밝혔다.

이어 "구속의 목적은 형사소송 절차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다.

피고인을 구속함으로써 소송 지연이나 상소의 남용을 방지하겠다는 것은 구속 제도의 본래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조대현 재판관은 "국가 형벌권 행사를 위해 신체의 자유를 구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 형기에 구속기간을 산입하지 않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동흡 재판관은 "미결구금은 수사ㆍ재판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부득이한 강제처분이다.

법관이 재량으로 미결 구금일수 가운데 일부를 본형에 산입하도록 한 것이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