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법 "기업사냥 아닌 정상적인 합병이다"
동양그룹 "경영 전념, 이미지 실추 회복할것"


한일합섬을 인수합병(M&A)하는 과정에서 한일합섬의 재산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배임 등)로 기소된 동양그룹 현재현(60) 회장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도 무죄를 선고했다.

부산고법 제1형사부(김신 부장판사)는 25일 한일합섬 인수합병으로 한일합섬의 주주에게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현 회장에 대해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법원은 또 이전철(62) 전 한일합섬 부사장에게 기업 내부 정보를 빼내려고 거액의 돈을 준 혐의(배임증재)로 기소된 추연우(50) 동양메이저 대표와 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를 받은 이 전 부사장에 대해서도 모두 무죄를 선고하고, 추 대표의 회삿돈 횡령 혐의에 대해서만 일부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검찰은 동양메이저가 대법원에서 유죄로 판단한 차입인수(LBO) 방식 또는 그 방식의 변형으로 한일합섬을 인수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번 M&A는 동양그룹이 먼저 인수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피인수기업의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빌린 위법 사례와 다르다"고 판시했다.

동양그룹이 한일합섬의 현금성 자산 1천800억 원을 빼낼 목적으로 '기업사냥'을 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피인수 회사의 자산을 이용하려는 것은 기업인으로서 당연하며, 이를 금지하는 것은 기업인에게 요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동양그룹이 이 전 부사장에게 한일합섬의 인수합병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대가로 19억 원을 준 혐의에 대해서도 법원은 "이 전 부사장이 인수합병 과정에서 한 역할이 없는 점을 볼 때 의문이 많지만, 공소사실에는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현 회장은 2007년 2월 추 대표와 공모해 자산을 빼돌린 목적으로 한일합섬을 인수·합병해 한일합섬 주주에게 1천800여억 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으며, 추 대표와 이 전 부사장은 각각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현 회장에게 업무상 배임과 배임증재 혐의로 징역 5년과 벌금 1천800억 원을 구형했으나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판결에 대해 동양그룹 관계자는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하며, 이 사건으로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앞으로 경영에 더욱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박창수 기자 p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