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식으로 수도권 주택 공급이 줄어들다가는 2011년 정도 가면 집값이 폭등할 것이다. "

"전국 미분양 주택이 16만채가 넘는데 공급이 부족하다니…."

집값 향배를 결정짓는 주요 변수 중 하나인 주택수급 문제를 놓고 시각이 엇갈린다. 미분양 주택이 쌓여 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지만 이를 공급량에 포함시켜야 할지 여부가 큰 변수다. 그러는 사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집값은 슬금슬금 오르고,지방에서도 강남 재건축 추진 아파트를 사려는 원정투자가 늘고 있다. 이러다가 경기가 살아나면 외환위기 이후 때처럼 집값이 급등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적지 않다.


◆올 들어 주택공급 39% 줄어

국토해양부는 가구 증가와 주택 멸실 등으로 연간 50만채의 주택 수요가 발생하고 있어 지속적인 주택 공급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최근 경기 악화에 따른 수요 위축과 미분양 적체 등으로 주택 건설이 급감,주택 공급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올 들어 4월까지 집계된 전국 주택건설실적(인허가 기준)을 보면 전국에서 총 5만330채가 공급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38.9% 감소한 물량이다. 특히 서울은 5684채로 작년보다 무려 71% 급감했다.

지난해에도 사정은 비슷했다. 작년 한 해 동안 건설된 주택은 총 37만1285채로 전년에 비해 33.3% 줄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30만6031채)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국토부 주택토지실 관계자는 "미분양 주택이 4월 기준으로 지방에 13만5000여채,수도권에 2만9000여채가 있지만 연간 25만채의 수요가 생기는 수도권에선 여전히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도권 주택공급은 19만8000채에 그쳤다.

이 관계자는 "주택 공급의 경우 건설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2~3년의 시차가 있다"며 "현재 미분양이 많다고 해서 공급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수급불균형이 일어나 가격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의 주택 공급량이 2년 연속 20만채를 밑돌 경우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시각이다.

◆수도권에만 수요 몰려

수도권 주택에만 수요가 몰리는 '쏠림현상'도 문제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지방 주택은 거주 목적 외에 자산으로서의 가치는 거의 상실했다"며 "수도권에서 아무리 주택 공급을 늘려도 지방의 투자 수요가 수도권으로 치고 올라오면 감당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수도권에서는 2030년 이후에도 인구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수도권 주택 수요는 상당 기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은 수도권 주택에 쏠린 투자 수요를 '가수요'로만 치부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김 사장은 주택 수요자를 크게 전문투자자,실투자자,실수요자로 나눠 설명했다. 실투자자는 실수요자면서 투자자인 사람들을 말한다. 전문투자자란 자신이 살 집은 아니지만 실수요자들의 수요를 예측해 투자 차원에서 집을 구매하는 계층이다. 전문투자자는 이미 공개된 재료들을 보며 접근하는 사람들이어서 투기꾼과는 다르다고 한다. 김 사장은 "요즘 인천 송도와 서울 삼성동 등지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전문투자자들"이라며 "이들이 주택 매입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주택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예측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주택 공급을 실수요뿐 아니라 투자 수요에도 맞춰줘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집값 폭등' 재연되나

주택 공급이 줄어 집값이 폭등했던 시기로는 외환위기 이후가 대표적이다. 외환위기의 여파로 1998~2000년 3년간 주택공급이 연 15만~24만채로 크게 줄었다. 그러자 2001년(19.2%)과 2002년(29.3%) 집값이 폭등했다. 2003년에도 집값은 10.1% 뛰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규제를 대거 풀어 시장을 지탱하려던 2000년 부동산시장과 현 상황이 닮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때문에 2000년대 초반 집값이 급등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집값 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 게 사실이다. 다만 과거처럼 전국의 집값이 함께 오르는 양상은 다시 보기 쉽지 않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수요가 몰리는 버블세븐과 인천,서울 한강변 일대에만 햇볕이 드는 국지적 가격급등세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