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국 헌재소장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필요"

"사형제를 폐지할 여건이 조성됐다", "사회·국가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


사형제 존폐를 놓고 헌법재판소에서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헌재는 11일 오후 대심판정에서 사형제가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광주고법이 위헌제청한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이 사건은 `70대 어부 연쇄살인 사건' 담당 재판부가 헌재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면서 공개심판대에 올랐다.

오모(71)씨는 2007년 8월31일 전남 보성군 바닷가에서 김모(19)씨 등 2명을 자신의 배에 태운 뒤 바다에 밀어 숨지게 하고 1개월 뒤 같은 방법으로 안모(23.여) 씨 등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오씨는 항소했고 재판 중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하자 광주고법이 이를 받아들였다.

쟁점은 사형제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반하는지 ▲생명권을 침해하는지 ▲무기징역보다 범죄예방 효과가 더 높은지 여부.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이상갑 변호사는 "사형제는 너무 잔인하고 인간 존엄성에 반하는 형벌"이라며 "103개국이 이미 법률상 사형제를 폐지했고 36개국은 사실상 없앴다.

우리나라 역시 사형제를 폐지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고 덧붙였다.

허일태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사형제는 전근대적이고 야만적인 제도로, 범죄인을 영구격리하려는 것이라면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반면 법무부 장관 측 대리인 성승환 변호사는 "사형제는 범죄를 예방하고 사회를 방어하는 차원에서 정당성이 있다"며 "지난 10년 동안 매년 1천∼1천100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등 강력범죄가 줄지 않고 있는 만큼 사형제를 폐지할 만한 상황 변화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희준 법무부 공판송무과장은 "인간이 규범과 제도를 만들고 공동체 생활을 하는 한 생명권 제한이 가능하다"며 "1989년 이후 정치적 이유로 사형이 선고된 경우는 한 건도 없는 만큼 정치적 남용 가능성을 지적하는 것은 기우"라고 밝혔다.

이강국 헌재 소장 등 헌법재판관들 역시 사형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 소장은 사견을 전제로 "국회에서 입법적인 방법으로 사형제를 폐지할 수도 있고 위헌 결정을 내려서 폐지할 수도 있는데 어떤 식으로든 폐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폐지가 안된다면) 현실적으로 사형과 무기징역 사이에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만들면 상당수 사형 선고가 줄어들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김희옥 재판관이 법무부 장관 측 변호인에게 오랫동안 사형이 집행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서규영 변호사는 "지난 정부에서는 사형제에 대한 거부 의사가 있었던 것 같다"며 "그러나 현 정부에서는 집행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민형기 재판관이 사형제 폐지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는데도 폐지되지 않은 이유를 물었고 신청인 측 변호사는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에게 정치적으로 아무런 이득이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답변했다.

사형제가 헌법재판소에 올라온 것은 4차례로 1996년 헌재는 "다른 생명 또는 그에 못지않은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예외적인 경우라면 사형이 헌법에 위반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59명의 사형수가 있지만 1997년 12월30일 23명을 한꺼번에 형장의 이슬로 보낸 뒤 11년째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앰네스티로부터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