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대한 리스크 감안하겠다"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가 전염병 경보의 격상 기준과 관련해 기존의 `지리적 확산'에다가, 전염병의 `심각성 정도'를 감안하는 쪽으로 국제보건규정(IHR)을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후쿠다 사무차장은 이날 오후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에서 브리핑을 통해 인플루엔자 A[H1N1](신종플루)와 관련해 전염병 경보를 현행 5단계에서 `대유행'(pandemic)을 선언하는 6단계로 격상하기에 앞서, "인간에 대한 리스크"를 감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보를 6단계로 격상시키기에 앞서 "우리가 현재 찾고 있고, 앞으로도 찾을 것은 인간에 대한 리스크가 아주 크게 증가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그런 어떤 사건들"이라고 말해 전염병 경보의 격상 기준 보완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과 일본, 영국, 스페인 등 몇몇 국가들은 이날 폐막된 제62차 세계보건총회 기간에 경보수준을 `지리적 확산'만을 근거로 해서 최고인 6단계로 격상시키면 전 세계에 불필요한 공황 상태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격상 기준을 보완할 것을 주장했다.

현 국제보건규정에 따르면, 6단계를 선언하려면 신종플루의 진원지였던 미주 대륙을 제외한 다른 대륙에서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서 인간 대 인간의 감염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산돼야 한다.

WHO 공식 집계에 따르면, 22일 오전 8시(제네바 시각) 신종플루 감염자 수는 멕시코와 미국을 비롯한 42개국에서 1만1천168명으로 늘었으며, 이 가운데 사망자는 멕시코 75명, 미국 9명, 캐나다와 코스타리카 각 1명 등 모두 86명이다.

이 가운데 멕시코와 미국의 감염자는 각각 3천892명과 5천764명이었고, 캐나다 719명, 일본 294명, 스페인 113명, 영국 112명, 파나마 73명, 칠레 24명, 코스타리카 20명, 프랑스 16명, 독일 14명, 콜롬비아 12명, 중국(홍콩포함) 11명 등이었다.

후쿠다 차장은 또한 신종플루 백신 제조와 관련, "우리는 6월말이나 7월초까지 민간 기업들이 백신을 만들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하면서도 "우리는 백신 제조를 요청할지 여부에 관한 결정은 잠시동안은 유보해 두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스위스 로슈를 포함해 계절용 백신 제조업체들이 신종플루 백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의 계절용 백신 생산라인을 신종플루 백신 라인으로 교체해야 하는 물리적 어려움이 있는데다가, 아프리카를 비롯한 남반구의 경우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계절용 백신의 공급 필요성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WHO 소속 인플루엔자 전문가들이 최종 결정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마거릿 찬 WHO 사무총장은 지난 18일 제네바에서 30개국 제약업체 CEO들과 회의를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 제약업체 CEO들은 대유행이 선언될 경우 가난한 나라들에 백신과 항바이러스제를 공급하겠다고 합의했다.

(제네바연합뉴스) 이 유 특파원 l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