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식' 법원별 판사회의 마무리 국면
"신 대법관 거취도 논의했지만 공개 안해"

대표적 중견 법관 집단인 서울고등법원 배석판사들도 신영철 대법관의 서울중앙지법원장 재직 당시 행위가 재판 개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부장판사 승진을 앞둔 12∼15년차로 소장판사의 `맏형'격인 고법 배석판사들까지 최근 잇따라 열린 다른 법원 판사회의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편 것이다.

이에 따라 신 대법관에 대한 법원 내 비판 여론이 더욱 확산할지 주목된다.

서울고법 배석판사 105명 중 75명은 21일 오후 6시30분부터 자정까지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4층 중회의실에서 모여 회의를 연 뒤 "우리는 신 대법관이 구체적 사건에 개입한 행위가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중대하게 침해하고 공정한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발표했다.

참석자들은 그러나 이용훈 대법원장의 엄중 경고 조치와 신 대법관 사과의 적절성, 그리고 신 대법관의 거취 문제도 논의했지만 결과를 언론 등 외부에 밝히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한 참석자는 "신 대법관이 대법관직을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주장과 안건 자체로 삼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엇갈려 표결을 했는데 후자 쪽 주장이 근소한 차이로 더 많은 표를 얻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대신 회의에서 정리된 의견을 이태운 서울고법원장에게 건네 간접적으로 대법원까지 전달되도록 할 방침이다.

전날까지 소집 요구자가 최소 요건인 5분의 1을 겨우 넘긴 30명에 불과해 회의 참석자가 개최 정족수인 과반수를 채우겠느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70% 이상의 높은 참석률을 보였다.

지금까지 판사회의가 열린 법원은 고등법원급 4곳, 지방법원급 12곳 등 모두 16곳으로 전체 하급심 법원 26곳 중 절반을 훨씬 넘어섰다.

지역별로는 규모가 큰 서울과 광역시 소재 법원에서는 대부분 회의가 열려 `릴레이식' 단독ㆍ배석판사회의는 이날 서울고법 회의가 사실상 마지막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신 대법관 사태는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소장판사들이 신 대법관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연판장을 돌리는 등 더 높은 수위의 행동을 취할지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각 법원 판사회의에서는 신 대법관의 행위가 명백한 재판 개입이며 이 대법원장의 경고와 신 대법관의 사과가 사태 해결에 미흡하다는 공통적인 결론이 도출됐다.

인천·의정부지법 등의 판사들은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거나 "용기와 희생이 필요하다"며 간접적으로 신 대법관의 `용단'을 압박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세원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