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두 번째 갑부로 꼽히는 리카싱 홍콩 허치슨왐포아 회장(81)이 경기회복 속도에 대한 우려를 반영,주식시장에 대한 전략을 보수적으로 수정했다. 이제 "공격적 매수가 아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홍콩의 현인(賢人)으로 불리며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의 동향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으로 유명한 리 회장은 지난 21일 허치슨왐포아 연례 주주모임에서 "경기가 회복되기에 앞서 주가가 오르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것이 언제나 적용될 수 있는 공식은 아니다"며 "최근 주가급등으로 경기회복에 대해 맹목적인 낙관을 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주가가 계속 오를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답할 수밖에 없지만 올해 세계 경제에 많은 변수가 산재해 있고 이것을 겪어나가는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리 회장은 애널리스트로 치면 '매수'에서 '중립'으로 시장 보는 관점을 바꾼 이유를 분명히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경기 바닥을 계기로 부동산이나 주식 가격이 급등한 것과 달리 홍콩의 1분기 성장률이 -4.3%를 기록하는 등 실물경기가 본격적으로 되살아나고 있지 않다는 데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리 회장은 금융위기로 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던 지난 3월 "이제는 주식과 부동산을 살 때"라고 말했으며 그 후 홍콩 항셍지수는 22% 급등했다. 리 회장은 당시 미국 금융권의 부실자산 처리가 시작되고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본격화되고 있어 경제위기가 터닝포인트(변곡점)에 달했다고 주장했었다.

이에 앞서 2007년 주가 급등기에 "버블(거품) 붕괴가 임박했다"며 "주식을 팔아 현금으로 보유하라"고 말했으며 이후 주가는 폭락했었다.

리 회장은 미 포브스지가 지난 3월 선정한 세계 부호 순위 16위에 올라 있으며 162억달러의 자산을 갖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인도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 회장에 이어 두 번째 갑부로 꼽힌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