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가 위험에 빠진 환상 봤다" 법정서 진술

미국 국적의 퇴역 군인 존 윌리엄 예토(53)는 왜 아웅산 수치 여사의 집에 잠입했을까?
'초대받지 않은 손님' 예토가 미얀마의 옛 수도인 양곤에 있는 수치 여사의 자택에 잠입한 동기는 21일 현재 4일째 공판이 진행되면서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예토의 전(前)부인 등 가족들을 인용, 베트남전 퇴역 군인인 예토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고 있으며 뚜렷한 동기 없이 "수치 여사와 단지 이야기하고 싶어" 여사의 자택에 잠입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다른 외신은 예토와 접촉했던 미얀마 망명단체를 인용, 그는 돈키호테적 세계관을 지닌 인물이며 막연히 자신이 수치 여사를 도울 수 있을 것이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예토는 태국에서 활동하는 미얀마 망명단체 회원들에게 자신은 영웅주의 신념으로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었다는 것.
그의 잠입 동기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그가 경찰과 법정에서 행한 진술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예토는 법정에서 자신을 심문한 경찰관에게 "경찰 조사 때 수치 여사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환상을 봤다는 말을 했는데 기억하느냐?"고 물어볼 것을 자신의 변호사에 부탁했다는 것이다.

이 진술로 미뤄볼 때 PTSD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예토는 환상 때문에 수치 여사를 돕겠다며 무분별한 행동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무분별한 행동은 자신뿐 아니라 수치 여사를 더욱 곤경에 빠뜨렸다.

예토의 수치 여사 자택 잠입은 "반란을 목적으로 한 행위"로 간주되어 그는 국가보안법 위반과 출입국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수치 여사와 두 하녀 역시 가택연금 규정 위반으로 최고 5년형이 선고될 처지에 놓였다.

망명단체가 발행하는 온라인 신문 '이라와디'는 예토에 대해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이며 미얀마의 민주화에 도움보다는 해를 더 많이 주는 "순진한 서방세계 시위자의 한 부류"라고 비하했다.

수치 여사의 변호사인 키 윈도 예토에 대해 "그는 바보이며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예토는 지난 3일 양곤 대학로의 호수변에 있는 수치 여사의 자택에 헤엄쳐서 잠입, 이틀 동안 머문 뒤 5일 새벽 몰래 빠져나오다 보안군에 체포됐다.

군정은 이 사건과 관련, 지난 14일 수치 여사와 두 하녀를 체포해 정치범 수용소로 악명높은 양곤의 인세인 감옥으로 이송했다.

(방콕연합뉴스) 전성옥 특파원 sung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