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취업난 탓에 공과대 등 이공계열 전공 학생들도 취업 전략의 하나로 경영학과 등 상경계열로 복수전공을 신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1일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의 '2009년 서울대 신입생 특성조사'에 따르면 신입생의 92.6%가 복수전공을 희망하는 가운데 공대생 중 54.7%가 경영대를 희망한다고 응답했다. 서울대 공대생의 복수전공 희망학과 중에선 경영대가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올 1학기 복수전공 신청을 받은 고려대 관계자도 "신청자 셋 중 하나는 경영 · 경제학과를 희망하고 있다"며 "경영학과는 경쟁률만 3 대 1에 달해 탈락자가 부지기수"라고 밝혔다.

건국대는 아예 경영대학 안에 공학과 경영학을 결합한 기술경영학과를 신설하고 이공계 학생들이 다중전공 등으로 경영학을 이수할 수 있게 했다. 건국대가 올 1학기 신설한 기술경영학과는 이공계 출신 최고경영자(CEO)들이 겸임교수로 학생들의 실무 교육을 담당한다. 오명 건국대 총장은 "10대 그룹 최고경영자 중 절반이 이공계 출신"이라며 "이공계 학생들도 경제 · 경영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균관대도 지난 학기 복수전공을 신청한 공대생 87명 중 51명,자연과학부는 72명 중 55명이 상경계열 복수전공을 희망했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1학기 복수전공 신청현황이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경제 · 경영학과에 대한 지원이 올해도 여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원 등의 이유로 상경계열 복수전공 허가를 받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성균관대는 지난 학기 경영학과 복수전공을 신청한 학생 235명 중 135명이 정원 초과 등의 이유로 탈락했다.

한양대도 2008년 경제 · 경영학과로 복수전공을 신청한 학생 229명 중 합격한 학생은 69명에 그쳤다. 다만 서강대는 다중전공에 인원 제한을 두지 않아 경영 · 경제 다중전공자만 150~200명에 이른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