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30일 발표한 학교자율화 추진 방안 시안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내놓은 학교자율화 방안을 완성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중앙 정부의 권한을 시 · 도교육감에게 넘기고 다양한 학교가 설립될 수 있는 밑그림을 그린 데 이어 이번 3단계 방안은 학교장 권한을 대폭 늘려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학교마다 다른 커리큘럼

지금까지 초등학교 1학년~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획일적인 수업을 받았다. 정부가 '국민공통 기본 교육과정'에서 학년별 과목별 수업시간까지 세세히 정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로 교과별 수업시간의 20% 범위 내에서 학교장이 재량껏 수업시간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게 됐다. 예컨대 현행 7차 교육과정에 따르면 고교 1학년은 수학을 연간 136시간(주당 4시간)씩 배우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학교장 판단으로 연간 27시간(주당 0.8시간)까지 더 늘릴 수 있다. 이종원 교과부 교육자치기획단장은 "국 · 영 · 수 처럼 연간 130시간 이상 가르쳐야 하는 과목은 주당 1시간씩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특히 내년부터 2500개로 대폭 늘리는 자율학교에는 학교장 재량에 따라 국민공통 기본 교육과정의 35%까지 수업시간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도록 했다. 기숙형공립고 마이스터고 사교육없는학교 전원학교 등 정부 정책에 따라 도입되는 다양한 학교들을 주로 자율학교로 지정해 차별화된 커리큘럼을 선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 같은 운영이 결국 국 · 영 · 수 중심의 교과 운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물리학 박사도 교사될 수 있다

교과부는 이번 시안에서 학교장이 우수한 교사를 골라 데려올 수 있도록 하는 등 학교장 인사권을 크게 강화했다. 학교장의 교사초빙권을 모든 학교에 전체 교사 정원의 20%까지 부여했다. 자율학교는 50%까지 허용된다. 또 학교장이 교육감에게 특정 교사 전입을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교사가 되는 길도 넓어진다. 종전까지 시간강사를 제외한 모든 교사는 교대 · 사범대나 교육대학원(2년제)을 졸업해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수학 · 과학 · 외국어 분야 박사학위 소지자나 특정 산업 · 예체능 분야 전문가들은 교사로 임용될 수 있다. 교과부는 물리학 박사를 과학고 교사로,영어영문학 박사를 외국어고 교사로 채용하는 식으로 이 제도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나향욱 교과부 교직발전기획과장은 "학교장이 외부 전문가를 산학 겸임 교사나 강사로 채용한 후 약 6개월간 시 · 도교육청이 제공하는 단기연수를 거쳐 교사자격을 부여받으면 정규교원이나 계약제교원으로 채용할 수 있다"며 "기존 경력을 인정받아 호봉을 계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